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와 함께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ARS)을 신청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주주·채권단·노동조합 등의 이해관계 조정과 함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만 고비를 넘길 수 있다.
26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1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도 동시에 접수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 후 회생절차 개시를 연기해주는 제도다. 채무자는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한 기간에 종전처럼 영업하면서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
쌍용차는 2553억원의 대출 원리금이 연체됐다고 22일 공시했다. 대출원금은 2550억원, 이자는 2억7574만원이다. 대출원금 기준으로 산업은행 900억원, 우리은행 75억원이 연체됐다. JP모건 400억원, 우리은행 175억원, 산업은행 1000억원은 기업 회생 신청에 따른 기한이익상실이 적용됐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는 쌍용차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한 대표자 심문을 23일 진행했다. 재판부는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보류 결정 신청서를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지 않았다.
쌍용차는 투자자를 유치하고 채권단과의 합의까지 이끌어내야만 회생신청이 없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미국계 자동차 회사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데, 아직까지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 그룹을 대체할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이 마힌드라와 HAAH오토모티브의 협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정보 접근이 안 되기 때문에 뭘 논의하는지 알 수 없다. 시기적으로 연말이다보니 내년 초에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침체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M&A(인수·합병) 시장마저 얼어있는 상황”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소량 생산하는 업체는 M&A 시장에서 어필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마힌드라가 자금지원 계획을 철회한 만큼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 확보가 아니면 정부·채권단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정부의 반응이 미온적이다. 산업은행 역시 쌍용차의 자구노력을 주문하면서 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며, 우리은행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이 채권자다. 쌍용차의 계획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채권자들과의 입장 조율과 노동조합의 협조가 중요한 변수다. 이 과정에서 마힌드라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쌍용차가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1, 2, 3차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쌍용차와 협력업체 등 관련 회사 직원들과 가족들을 모두 포함하면 60만명에 이른다.
쌍용차 기업노조인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은 23일 공식입장을 내고 마힌드라에게 “쌍용차 정상화의 과정인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결자해지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노조는 “회생개시 보류신청(ARS) 기간 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적극 참여해 빠른 시간 안에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가 도출돼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자리 문제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을까 싶다”며 “무엇보다 마힌드라의 선택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이 잘 풀려야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회생 신청도 취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대주주 지위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쌍용차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 그게 최우선과제”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그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인 안목으로 임시방편에 그치는 대책을 마련해서는 안된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문제가 또 발생한다”며 “현재 산업계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복잡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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