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물류산업이라는 견해에는 이견이 없다. 경제의 동맥으로도 일컬어지는 물류는 저장 및 운송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산업 구조 재편이 빨라졌다. 이와 함께 기업이 강점을 지닌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덕분에 국내 산업 경쟁력도 한 단계 더 높아졌다.
물류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국내에서 선진 물류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됐는지, 해당 산업 발전을 견인해 온 기업이 그간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종합물류기업 ㈜아신의 성공신화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0년 역사를 가진 아신은 지트(Just In Time) 시스템과 콜드체인(Cold Chain) 운영 방식 등 선진 물류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 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도 디테일이 떨어져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오히려 탄탄하게 자기 영역을 다져온 아신이 업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아신이 본격적으로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시점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의 김홍규 회장은 당시 국내 최초로 유통 전문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농수축산 등의 신선제품이 생산지에서 매장으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도 처음 선보였다. 국내 업계에선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며 도입을 꺼리던 상황에서 시스템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경쟁기업들도 뒤늦게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국내 물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풀 콜드체인 시스템현재 아신의 주요 사업은 종합물류 관리 서비스(기업, 도매, 병원 물류) 외에도 물류 컨설팅과 상품 종합도매, 슈퍼가맹사업,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물류 전 영역에 걸쳐 있다. 상품 수주·발주에서 입하·출하, 보관, 배송 등에 이르는 물류 전 과정을 아신만의 특화된 노하우와 토털 물류(Total Logistics)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인적, 물적 이동 제한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지스틱스4.0 비전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물류센터’의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아신은 스마트 물류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진행해 왔다. 실제로 올해 초 종합물류시스템을 보다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유통물류뿐 아니라 병원물류와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한 전 사업 분야로 확장했다. 2월엔 경기 용인시 남사면 일대에 2만여 가지 다양한 박스 및 낱개 상품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자동화 설비 등을 갖춘 독자적인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유통물류 한 길만을 걸어오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덕분에 아신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신은 이 밖에도 자체 개발한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디지털 관리 기능이 합쳐진 지능형 통합관리시스템(IIMS)을 갖췄다. 이는 주문정보 처리부터 마감까지 물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분석하는 IT 시스템이다. 또 냉장·냉동 온도대별 상품 취급을 위한 지능형 원격제어 냉장·냉동 설비(IOCCS)를 통해 1년 365일 언제나 안전하게 신선하고 위생적인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스마트 물류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으로 로봇&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로봇&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두고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판 뉴딜 정책에 스마트 물류 산업도 포함되면서 아신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류가 국가산업의 ‘신경계’ 역할을 한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아신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아신은 모바일 물류 업무가 보편화되지 않은 2013년부터 위치 관제 시스템을 도입해 운행 추적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산업 효율성을 높여온 기업이다.
한편 김 회장은 물류업계 발전을 위한 제언도 활발하게 하는 업계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물류산업 진흥을 위해 별도의 전문적인 관리부서로 가칭 ‘물류전담부처’의 필요성을 역설해 나가고 있다. 이는 단편적인 금융 지원과 정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물류 산업 발전 방안과 물류 효율화를 위한 표준화 수립이 필요하다는 소신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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