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성적표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 12월이 끝나지 않았으니 마지막 한 달의 판매는 집계가 안 된 상황인데요.
그래도 11월까지의 통계는 다 나와 있는 상황이니 큰 흐름은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가 바뀌고 나면 올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질 듯하니 미리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기사 제목에 대한 답을 먼저 달고 가자면 국내 완성차 5개사를 종합한 베스트셀링 모델은 벌써 13만 6000대 고지를 넘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확실합니다.
2위 자리를 놓고는 7만 9000대를 넘긴 현대차의 아반떼와 기아자동차의 K5가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다만, 이 집계에 상용차를 넣으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현대차의 소형 트럭 ‘포터’가 8만 7000대를 넘기며 두 세단에 큰 차이로 앞서고 있습니다.
사실 자동차 판매 통계는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요.
각 회사가 이달 초에 지난달까지의 판매량을 집계한 뒤에 내놓은 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별 베스트셀링 모델과 올해 눈에 띄는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테슬라의 베스트셀링 차종인 ‘모델 3’의 비상탈출 문제를 짚은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테슬라 모델3 뒷문에 ‘비상탈출 고리’ 설치 가능… 리콜 가능할까?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1219/104549888/1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원 픽’은 年 15만 대 넘보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올해 국내 시장 가장 점유율이 높은 완성차 기업은 늘 그래왔듯이 현대자동차입니다.
올해 11월까지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71만 9368대의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포터 같은 소형 트럭은 물론 대형 트럭과 버스를 모두 포함한 숫자인데요.
지난해 이 기간 67만 5507대에 비하면 6.5% 늘어난 판매량입니다.
베스트셀링 모델은 단연 그랜저입니다.
지난해 1~11월에 9만여 대가 팔렸던 그랜저는 올해는 11월까지 무려 13만6384대가 팔렸습니다. 12월 판매를 더하면 15만 대를 넘보는 수치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이 이 기간에 국내에서 전 라인업으로 각기 7만~8만 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지난해 말 페이스리프트 이후 독특한 전면부에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 판매량은 바야흐로 그랜저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풀 체인지된 기아자동차의 ‘K5’가 판매량을 늘리는 사이에 현대차의 간판 중형 세단 쏘나타는 6만 3078대 판매에 그쳤는데요.
포터를 빼고 보면 올해 새로 출시된 아반떼가 7만9000대를 넘기는 판매량으로 현대차 전체 모델 중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랜저와 아반떼의 활약 속에 현대차는 세단 영역(해치백 포함, 제네시스 제외)에서 28만 5000여 대를 팔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 대 이상을 더 판매하면서 12.7% 성장한 수치입니다.
반면에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는 19만2000여 대 판매에 그치면서 지난해(21만 6000여 대)에 비해 11.3%가 줄었습니다.
중형 SUV 싼타페의 판매가 5만2000여 대로 줄어든 가운데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5만8000대를 넘게 팔면서 브랜드 내부에서는 SUV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 G80·GV80 앞세운 제네시스 브랜드도 ‘껑충’
현대차의 올해 판매에서는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현대차가 속으로 가장 함박웃음을 지을만한 부분,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급성장입니다.
올해 초 첫 SUV인 GV80를 내놓고 핵심 라인업인 G80의 신차까지 출시한 제네시스는 11월까지 국내에서 9만6084대를 판매했습니다.
지난해 5만2000여 대에 비해 84.4%가 늘어난 숫자인데 12월 판매를 더하면 넉넉하게 연간 10만 대를 넘기게 되는 것입니다.
G80가 5만 대 가까이 팔리고 GV80를 3만 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만들어낸 성적표인데요.
현대차 전체에서 보면 제네시스 브랜드와 그랜저 판매량만 더해도 르노삼성차·쌍용차·한국GM 3사의 전체 판매량에 육박하는 숫자를 만들어 내는 모습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약진은 곧 현대차의 수익성 향상으로도 연결됩니다. 더 크고 더 비싼 차의 수익성이 더 높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상식입니다.
● 기아차, K5·쏘렌토 앞세워 9% 성장
기아자동차는 올 11월까지 국내에서 51만 3543대의 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역시 현대차처럼 상용차와 특수차를 포함한 숫자입니다.
지난해 이 기간에 47만1075대를 팔았으니 9.0% 성장한 것인데요. 현대차보다 성장 폭이 더 큽니다.
베스트셀링 모델은 중형 세단 K5와 중형 SUV 쏘렌토, 두 차종입니다. 각기 7만9518대와 7만6893대를 판매했습니다.
맞수라고 할 현대차의 쏘나타를 누른 K5는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000여 대에 비하면 판매가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이 두 숫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아차의 판매 성적표는 현대차보다 ‘고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랜저 판매량이 유독 튀는데다가 세단 모델 쪽에 무게가 많이 실린 것 같은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세단 모델들이 21만2000여 대, SUV 모델들은 24만1000여 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기아차가 SUV에서 강점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기아차의 SUV 라인업에서는 4세대 쏘렌토에 이어서 올 8월 출시된 신형 카니발이 5만7000여 대, 셀토스가 4만7000여 대를 판매하면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는 모습입니다.
● 내수 3위는 르노삼성차, ‘QM6’가 끌고 ‘XM3’가 밀고
내수 시장 3위 자리는 11월까지 8만 7929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차입니다.
그 다음 순위인 쌍용차·한국GM과 다소 숫자 차이가 있어서 연말까지 집계해도 순위는 변동이 없을 듯 합니다.
이 판매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중형 SUV QM6와 소형 SUV XM3입니다.
QM6가 4만2058대, XM3가 3만1936대 팔려서 두 모델을 합하면 전체 판매량의 84.1%에 이릅니다.
11월에 스타일 업그레이드에 나선 QM6는 LPG 모델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으로도 꽤 성과를 내는 모습인데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이 끊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차에게는 참 ‘효자’라고 봐야겠습니다.
올 3월 출시한 신차 XM3가 꾸준히 힘을 내주고 있는 것도 르노삼성차가 국내 3위 자리를 지킨 비결 중 하나로 보입니다.
● 픽업트럭이 뒤 받친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잘 달려줄까
최근 큰 어려움에 처한 쌍용차는 11월까지 7만9439대로 4위의 판매량입니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이 3만 대를 넘기면서 가장 큰 판매량을 보였고 2만 대를 조금 넘긴 티볼리·티볼리 에어, 1만7000대 수준의 코란도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쌍용차가 개척하다시피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렉스턴 스포츠가 꾸준히 힘을 내주는 것은 반가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역시 쌍용차가 이끌었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티볼리는 판매량이 계속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모델은 코란도입니다.
지난해 초 출시된 코란도는 지난해에도 올해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신차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공들여 내놓은 코란도의 부진은 쌍용차가 지금 같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 한 원인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
쌍용차로서는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큰 변화를 준 ‘올 뉴 렉스턴’이 11월 출시 이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GM, 신차 출시에도 ‘스파크’가 1위 차종
올해 초 완전 신차인 ‘트레일 블레이저’를 내놓으며 소형 SUV 경쟁에 뛰어든 한국GM은 7만 7만 3695대를 팔며 5위에 머물렀습니다.
출시 직후 평가가 좋았던 트레일 블레이저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1만 8000여 대 판매에 그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한국GM의 올해 베스트셀링 모델은 경차인 ‘스파크’ 차지입니다.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지만 그래도 2만 5000대 판매를 넘기고 있습니다.
수입해서 판매하는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합계 8000대를 넘기는 판매량으로 나름대로 효자 모델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한국GM은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보다 해외 수출 물량이 훨씬 많은 기업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이 20%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을 계속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이런저런 우려가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올 연말 임금협상 과정에서 한국GM과 기아차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였는데, 똑같이 파업을 해도 판매량이 늘어난 기아차의 상황과 한국GM의 처지는 많이 달라 보인다는 생각도 듭니다.
● 현대·기아·제네시스가 81.5%, 르노삼성·쌍용·한국GM이 18.5%
11월까지의 판매량으로 제가 집계한 ‘승용 모델 국내 시장 점유율’은 이렇습니다.
수입차 시장은 별개로 두고 5개 브랜드가 각기 집계한 판매량에서 상용차 등을 뺀 승용·SUV 모델 판매 수치로 나름대로 계산해 본 것인데요.
이제 제네시스가 르노삼성·쌍용·한국GM을 앞선다는 점 그리고 현대·기아·제네시스의 국산차 내 점유율이 81.5%에 이른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국GM의 베스트셀링 모델은 스파크라는 점이 보여주듯이 국산차에서 대형·고급 차종은 현대·기아·제네시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물론 이런 현대차그룹은 올해 더 시장을 키운 수입차 브랜드와 경쟁하는 구도가 연출되면서 자동차 시장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그랜저, 제네시스의 약진이 보여주듯이 고객들의 눈은 과거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
과거에도 더 큰 차,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만…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시중의 유동성이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차의 상대적인 가격’이 과거에 비해 낮게 느껴져서 더 비싼 차들이 많이 팔리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올해 연말까지의 판매 집계가 다 끝나고 나면 수입차 시장을 포함해서 또 의미 있는 포인트들을 찾아보겠습니다.
현대차가 신형 전기차를 대거 쏟아내는 내년에는 ‘전기차 대격돌’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또 요동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한 해 휴일차담을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행복한 일 가득한 새해 맞이하시길 빌겠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 좋아요
- 0개
-
- 슬퍼요
- 0개
-
- 화나요
- 0개
-
- 추천해요
- 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