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호텔-영화관… 신용등급 하락 기업 39곳, 4년 만에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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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영업실적 악화 후폭풍
‘부정적’ 전망 많아 내년도 빨간불
영화관은 두 단계 하락한 곳도
42%는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


‘―48%, ―44%.’

올해 1∼9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누적매출액(연결 기준)은 전년의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누적매출액이 각각 2조8143억 원과 2조3462억 원, 누적영업적자는 4632억 원과 1501억 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을 견인해왔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지 못하자 매출이 급감하고 적자가 급증한 것이다. 신용등급도 각각 AA에서 AA―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기업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제시된 기업도 많아 내년에도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곳 가운데 한 곳 이상에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무보증 회사채 기준)은 총 39곳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운·건설업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으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졌던 2016년(50개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기업 신용등급은 자금 조달의 핵심 지표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 수개월 내에 신용등급이 실제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정유, 호텔·면세점, 영화관 등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많았다.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사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등급씩 하향 조정됐다. 소비자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CJ CGV의 신용등급은 올해 A+에서 A―로 2계단 하향 조정됐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호재에도 신용평가업계에선 내년에도 코로나19 타격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70∼50개 회사에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향후 눈에 띄는 실적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지원으로 현재로선 기업 부실화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내년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국내 기업들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재무제표 공시기업 2298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통틀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전체의 42.4%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한 잠재적 부실기업인 셈이다. 한은 측은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은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박성진 기자
#코로나19#신용등급 하락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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