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한 해’ 보낸 정유업…올해도 반전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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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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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 2020.12.13/뉴스1 © News1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 2020.12.13/뉴스1 © News1
정유업계가 지난해 5조원 가까이 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일각에선 백신·치료제의 개발로 업황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코로나19가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지만, 올해도 부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손실 합계는 총 4조8075억원이다. 4분기에는 소폭의 영업이익을 거둬 2020년에는 약 4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유업계가 최악이었다고 보는 시기는 산유국들이 셰일가스 패권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여 유가가 급락한 2014년 4분기다. 당시 정유 4사의 손실 합계는 약 1조1500억원이었다. 정유 4사가 지난해 1분기에만 4조3775억원의 손실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정유업계에 있어선 2020년이 사상 최악의 시기였던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제품의 수요 부진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휘발유·항공유 등 교통 수단에 사용되는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했고, 공장 셧다운과 경기 위축으로 산업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경유 수요도 크게 줄었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하루 80만배럴 증가한 세계 석유 수요는 2020년 1~3분기에는 97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석유 통계가 제대로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초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은 판매를 앞둔 원유 재고 가격이 떨어지는 재고평가 손실까지 겪어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때문에 올해 업황은 석유제품의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개발과 빠른 보급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동 제한 상황이 풀리고 경제 활동이 회복되면 석유제품의 수요도 늘어나 상황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정유업계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근본적인 실적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전세계적인 재확산과 최근 영국 변종 바이러스처럼 코로나19 위험이 아직 있고 석유제품 수요도 크게 회복될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021년 전세계 석유 수요가 9589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8999만배럴)보다는 6.6% 회복됐지만, 2019년(9976만배럴)보다는 역성장한 수치다.

공급 측면에서도 업황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 석유 수요는 급감했지만 지난해 초 OPEC+의 감산 공조 체제가 붕괴돼 대규모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석유 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세계 석유 재고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14억배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누적된 재고가 너무 많아 코로나19에서 벗어난다 해도 올해 말까진 재고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업계는 올해 업황이 다소 회복되겠지만,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 상반기에서 겨우 벗어나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에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탈(脫)석유 흐름에 따라 앞으로 석유제품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인해 석유산업에 10년치의 역성장이 나타났다고 평가하면서, 2027년에나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석유의 빈자리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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