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를 맞이한 딸기가 유통가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긴 장마로 출하량이 줄어 연말 딸기 가격이 반짝 상승했지만, 생산량이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관련 마케팅이 본격화하고 있다. 카페와 편의점에서부터 주류·패션·호텔업계도 제철 딸기를 활용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전방위 소비자 취향 저격에 나서고 있다.
4일 서울 가락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월31일 기준 설향 딸기(특·2㎏) 1상자는 평균 도매가격 2만7621원에 거래됐다. 직전 일주일 평균 가격과 비교해 약 19% 낮은 수준이다. 전년 같은 날 평균 가격과 비교해도 25% 저렴하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딸기 가격은 전년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여름 내내 긴 장마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딸기 출하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 악화로 묘목을 옮겨 심는 ‘정식’을 늦춘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식 지연 여파가 풀리고 작황도 양호한 상태를 보이면서 딸기 물량과 가격도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유통업계도 제철 딸기를 활용한 신제품과 행사를 쏟아내며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디저트에서부터 주류·패션·소품까지 다양한 협업 제품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딸기빙수로 유명한 디저트 전문점 설빙은 겨울 시즌을 맞이해 생딸기설빙 시리즈를 재출시했다. 우유 얼음 위에 딸기 토핑을 올린 딸기빙수는 인절미빙수와 함께 설빙을 알린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딸기 빙수 인기에 힘입어 설빙은 지난달 첫 케이크 상품 ‘와르르생딸기케이크’를 선보였다. 케이크 속에 생딸기 슬라이스를 채워 넣은 이색적인 형태다. 케이크는 출시 열흘 만에 초도 물량 절반이 팔려나갈 정도로 많은 소비자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이디야커피도 올해 겨울을 맞아 딸기를 사용한 음료 3종을 새롭게 내놨다. 특히 복숭아와 딸기의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룬 ‘딸기 복숭아 요거트 플랫치노’와 딸기향 젤리를 넣은 ‘말랑말랑 딸기 에이드’는 소비자의 눈과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편의점 겨울 효자 상품 딸기샌드위치도 겨울과 함께 돌아왔다. 편의점 3사 GS25·CU·세븐일레븐은 지난 연말부터 딸기샌드위치 판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생딸기와 크림을 넣은 딸기샌드위치는 GS25가 지난 2015년 편의점 업계에 처음 선보인 뒤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돌파한 인기 상품이다. CU에서도 3년간 매출이 2017년 112.5%, 2018년 142.2%, 2019년 109.8%로 매년 성장하며 샌드위치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S25는 앞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따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를 공략한 ‘수제딸기잼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키트에 들어있는 딸기·설탕·보관용기를 사용하면 직접 딸기잼을 만들어볼 수 있는 제품이다. 상품성이 낮아 주스에 주로 활용하는 못난이 딸기를 사용해 농가 돕기에도 동참했다.
그간 딸기맛을 낸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주류 업계에도 딸기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층 소비자와 홈술족을 중심으로 도수가 낮은 술이 인기를 끌면서 음료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이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최근 앱솔루트에 딸기 주스를 넣어 달콤한 맛과 향을 낸 ‘앱솔루트 주스 스트로베리’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딸기 모양을 활용한 담요·파우치·안대도 함께 출시해 젊은층 소비자를 공략했다.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테마에 맞게 구성한 상품을 집으로 정기 배송해주는 ‘술담화’도 지난 11월 딸기를 콘셉트로 만든 전통주를 새롭게 선보였다. 딸기를 넣어 분홍 빛깔을 낸 ‘편백숲 산소막걸리 딸기 스파클링’은 톡 쏘는 막걸리 맛과 딸기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각종 딸기 디저트를 원 없이 맛볼 수 있는 딸기뷔페도 겨울을 맞아 운영을 시작했다. 롯데호텔 서울은 오는 5월까지 호텔 1층 라운지에서 딸기 디저트 24종과 애프터눈티 세트를 경험할 수 있는 ‘2021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와일드 퓨처’를 선보인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또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한 ‘살롱 드 딸기 위드 바비’를 열고 소비자를 맞고 있다. 논산 설향 품종 생딸기부터 마카롱·슈크림·케이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모아 눈과 입이 즐거운 행사를 마련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올해 딸기 출하가 늦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현재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며 “딸기를 사용한 제품은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아 제철이 오면 놓칠 수 없는 테마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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