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편-자녀 5명에 동거남까지 ‘막장 청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17시 38분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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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자녀 2명과 사는 A씨는 지난해 초 자녀 3명을 둔 B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씨와 B씨의 자녀 수가 모두 5명이어서 청약가점이 크게 높아졌고 그 덕에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당첨 직후 이들은 이혼했다. 혼인 신고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청약을 위한 위장 결혼이었다.

국토교통부는 4일 지난해 상반기(1~6월) 분양 주택 단지 21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청약자격 양도 등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사업주체의 불법공급 의심사례 3건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A씨와 B씨 가족 등 총 8명이 청약 당시 A씨 명의의 전용 49㎡짜리 소형 주택에 전입해 있었다. A씨가 같이 살던 40대 동거남까지 이 주택에 함께 전입신고가 돼 있었던 것이다. 국토부는 청약가점 기준인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두 사람이 위장결혼 및 위장전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위장전입뿐 아니라 청약통장 매매까지 하는 부정청약 사례도 있었다. 지방에 남편과 5명의 자녀와 사는 C씨는 지난해 수도권에 사는 D씨의 주소지로 혼자 전입한 뒤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당첨자는 C씨였지만 실제 계약은 C씨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D씨가 진행했다. 국토부는 가점이 높은 C씨의 청약통장을 D씨가 매수한 뒤 C씨를 위장전입까지 시켜 부정 청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대행사가 직접 조작에 가담하기도 한다. 미혼 단독 세대주인 E씨는 올해 한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부양가족을 6명으로 허위 기재해 청약에 당첨됐다. 원래대로라면 검증절차에서 부적격 당첨자로 탈락했어야 했다. 하지만 분양 대행사는 추첨제 당첨자 명단에 E씨를 허위기재해 E씨가 당첨 자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E씨처럼 부정청약한 사람이 10명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대행사가 이들과 공모해 명단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도 요청했다.

부정청약 유형은 위장전입이 1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청약통장 매매 35건, 청약자격 양도 21건, 위장결혼·위장이혼 7건 등의 차례였다. 가점제 당첨 자격이 없는 부적격자를 고의로 당첨시키거나, 부적격·계약포기에 따른 잔여 물량을 임의 공급하는 등 분양 사업장 3곳에서 주택 31채를 규정을 어겨 불법공급한 정황도 적발했다.

부정청약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파트 청약시장이 연일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며 ‘로또 청약’으로 불릴 정도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정청약에 가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정청약으로 얻은 이익이 1000만 원을 초과하면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또 위반행위를 한 사람이 체결한 주택공급 계약도 취소되며, 향후 10년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제한된다. 국토부는 “2020년 하반기 분양단지 24곳에 대한 현장점검에도 착수했다”며 “청약자격 제한, 벌금뿐만 아니라 장애인 또는 기초수급 대상자의 경우 각종 복지혜택 수급권이 박탈될 수도 있”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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