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반도체 수출이 사상 두 번째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만으로는 침체된 경기 전반의 반등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착시 효과’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협회는 5일 ‘2021년 반도체 시장동향’을 통해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992억 달러)보다 10.2% 증가한 109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8년(1267억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반도체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국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늘어난 19.6%로 전망됐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는 2년 만에 중국,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는 189억 달러로 지난해 투자 규모(157억 달러)보다 20.4% 많다. 중국(168억 달러) 대만(156억 달러) 일본(79억 달러)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올해도 메모리 초격차 유지, 시스템반도체의 자생적 생태계 조성에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산업 전망이 밝은 것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데다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이 시작되면서 PC,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반사이익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못지않은 한 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은 삼성전자가 적극 투자에 나선 시스템반도체가 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7∼12월) 경기 평택사업장에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 계획도 곧 발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호황만으로는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침체된 국내 산업 전반의 회복세를 이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V자’ 경기 반등을 통해 성장률 3.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다른 수출 업종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특정 업종의 성장 기대감에만 젖어 내수와 수출 전반의 대책 마련에 소홀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