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였지만 가계빚 증가 여전… 코로나 대응과정 늘어난 유동성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쏠려… 침체된 실물경제와 괴리 커져
이주열 “리스크 본격 드러날것”… 홍남기도 “유동성 철저 관리”
실물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대출이 증가하고 자산시장이 급등하면서 잠재적인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 빚 증가세를 잡기 위해 지난해 12월 신용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놨는데도 신용대출은 연간 약 24조 원 불어났다.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12월 한 달 동안 오히려 3조 원 넘게 증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금융권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설 것”이라며 “모든 것을 재설정하는 ‘그레이트 리셋’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2억 원으로 11월(133조6925억 원)보다 443억 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전달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2247억 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은행권이 12월 중순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2000만 원까지 줄이거나 아예 연말까지 신용대출 접수 자체를 중단한 결과다. 하지만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11월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인 4조8049억 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두 달간 평균 2조 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연간 신용대출은 23조7374억 원 불었다.
그나마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지난해 12월 신용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전체 가계대출은 여전히 3조 원 넘게 늘었다. 가계대출의 70%를 넘게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473조7849억 원으로 11월보다 3조3611억 원 늘었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만 떼어내면 12월 잔액(105조988억 원)이 11월보다 1조7596억 원 늘었다. 증가 폭이 11월(1조6564억 원)보다 더 커진 것이다. 최근 집값, 전셋값 급등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부 은행들이 연초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고 대출 한도를 늘리면서 대출 잔액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불안 심리에 가수요자들까지 뛰어들어 대출이 폭증했다”고 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공급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시장 등으로 쏠리는 가운데 실물시장과 자산시장의 괴리가 커지면서 자산 거품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는 새해 둘째 거래일인 5일 1.57% 오른 2,990.57로 마감하며 3,0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대출 부실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가 넘는 차주가 전체 가계대출의 4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60대 이상의 경우 DSR 70% 초과 차주가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빚 상환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대출이 집중돼 있는 셈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2021년 범금융 신년인사회’ 신년사를 통해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이라며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선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고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하겠다”며 “정부는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고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