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굴려 차 한대 뽑았다”… ‘삼천피 시대’ 일개미는 허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21시 41분


“삼성전자 몇 주나 샀어?” “마이너스통장부터 만들어서 투자해.”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 선을 돌파한 7일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 앉은 직장인들의 대화는 ‘폭설로 출근이 늦었다’는 얘기로 시작해 ‘삼천피 시대’ 투자 전략으로 이어졌다. 직장인 김모 씨(40)는 “요즘 어느 모임을 가든 마무리는 주식 투자 얘기로 끝난다”고 했다.

국내 증시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0 고지에 올라섰다. 전날 장중 3,000을 터치한 지 하루 만에 삼천피 안착에 성공한 것이다. 1983년 1월 4일 코스피가 첫발을 내디딘 지 38년 만이다.

7일 코스피는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3조 원 넘게 순매도 행진을 이어간 기관투자가들이 이날 1조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3,000 물꼬를 튼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1조1800억 원가량을 팔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4조7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약 23조 원)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새해 들어 주식 거래대금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6일 현재 68조 원으로 불었다. 삼천피 시대를 바라보고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뉴 머니’ 영향이다.

김모 씨(40)도 며칠 전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에 나섰다. 삼천피 상승장에서 가만히 있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조바심에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족이다. “마이너스통장까지 굴려 투자했더니 자동차 한 대를 뽑았다”는 친구의 말도 자극이 됐다. 김 씨는 “여유자금을 전부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투자 개미’들과 달리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근로소득만 중시했던 직장인 ‘일개미’족들은 상승장에서 소외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년 넘게 펀드에 투자했던 이모 씨(42)도 3,000을 넘어선 코스피를 보면 상실감이 크다. 지난해 11월 코스피가 2,600을 웃돌자 상승장의 끝물이라고 판단해 펀드를 모두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주식에 직접 투자한 것보다 펀드는 수익률도 낮았는데, 이마저도 빨리 팔아버려 화가 난다. 친구들은 주식 투자로 한 달에 월급만큼을 더 벌던데 나만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삼천피 상승장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며 직접 투자의 어려움을 절감하는 ‘현타(현실자각 타임)’족도 많다. 지난해 11월 초 처음 주식 투자에 뛰어든 장모 씨(37)는 정보통신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코스피가 3,000을 넘는 상황에서도 이 종목 주가는 보합세를 보이다 결국 떨어졌다. 장 씨는 “다른 종목은 다 오르는 데 내 주식만 떨어지는 것 같아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현재 코스피200에 포함된 198개 종목(지난해 상장된 2개 종목 제외) 중 74개 종목(37.4%)이 지난해 1월 2일 주가를 밑돌았다. 특히 아모레G(아모레퍼시픽그룹)와 넥센타이어는 30%가 넘게 하락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미 투자자들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시장의 조정을 견딜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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