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의 한 계열사는 주요 직책마다 젊은 인사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과거엔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인사였다. LG그룹 관계자는 “실용과 파격의 LG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 관계자는 “승진 연한을 채우면 저절로 승진되던 암묵적인 분위기가 최근 확실히 사라졌다”고 했다.
과거 LG의 상징이었던 ‘인화’는 성과주의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충성심 높은 임직원을 중심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이었다. LG의 인사 기조는 구광모 ㈜LG 대표(43) 취임과 맞물려 변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 경험을 쌓은 구 대표가 디지털 신사업 중심 실용주의 인사로 기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첫 임원인사였던 2018년 말 인사 발표에서 최고경영자(CEO) 및 사업본부장급 경영진 11명을 교체해 배치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구광모식 실용주의 경영의 신호탄이었다. 파격 인사도 이어졌다. 2019년 1985년생인 LG생활건강 심미진 상무(36) 등 30대 여성 3명을 임원으로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조직문화도 변하고 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 요청했다. 별도의 회장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권위적인 총수에서 실무 중심 CEO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외부 영입이 늘면서 LG 계열사 중에서도 보수적으로 알려진 LG의 모태 기업 LG화학에서 낯선 풍경이 생겨났다.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 엔지니어링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김 스티븐 전무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전무님’ 대신 ‘스티븐’이나 ‘미스터 김’으로 불러 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IBM, 헨켈코리아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LG화학에 왔다.
실제로 LG의 외부 임원 영입은 2018년 LG화학의 첫 외부 영입 CEO인 신학철 부회장을 포함한 13명에서 2019년 16명으로, 지난해엔 23명으로 늘었다. ‘인공지능(AI) 석학’ 이홍락 미시간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LG 관계자는 “이 교수를 ‘최고AI사이언티스트(CSAI)’로 영입하기 위해 4∼5개월 동안 20차례가 넘는 전화회의를 했다”며 “이 교수는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고객의 반응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LG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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