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삼성전자 주가가 새롭게 보이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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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최근 ‘서드포인트’라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글로벌 반도체기업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 화제가 됐다. 인텔은 PC 시대에선 압도적 강자였지만 최근 몇 년간 모바일, 인공지능(AI)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AMD와 엔비디아에 점유율을 많이 빼앗겼다. 최근엔 설상가상으로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오랜 고객사들까지 자체 칩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서드포인트는 인텔에 생산 부문을 없애고 설계에만 집중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당일 인텔의 주가는 5% 가까이 상승했다. 더 놀라운 것은 다음 날 삼성전자의 주가도 8만 원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여기엔 인텔의 반도체 생산 포기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얼마 전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9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주요 근거는 파운드리 가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만을 전담하는 위탁생산 전문기업을 일컫는 용어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자사 제품에 탑재할 특수 반도체를 설계하면 그 설계도를 넘겨받아 생산만 해주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그리 어려운 공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도체는 정밀도 측면에서 생산수율과 미세공정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인텔이 어려움을 겪으면 겪을수록 설계를 위탁할 가능성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업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에서 반도체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은 고정 거래가격과 현물가격이었다. 단기적인 재고 상황과 수요, 공급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기도 하고 폭락하기도 했기 때문에 가격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투자에 필수적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가치가 본격화된다는 것은 주가가 현물 가격에 일희일비하는 시기가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이 서드포인트가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버리라는 충격적인 요구를 한 뒤 인텔과 삼성전자 주가가 동시에 올라간 이유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앞으로 미국 기업이 SMIC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면 상무부에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이번 제재 품목에는 미세공정 구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MIC가 미세공정 생산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일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경제 전체로 보면 부정적 이슈지만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주가가 새롭게 보이는 이유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삼성전자 주가#파운드리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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