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큰 변동 폭을 보이던 코스피가 사흘 만에 소폭 반등했다. 단기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하루 종일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졌다. 급등하던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증시 대기자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22.34포인트(0.71%) 오른 3,148.2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도 장중 3,109대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1% 이상 뛰는 등 하루 변동 폭이 약 55포인트로 컸다. 다만 11일(170포인트)과 12일(107포인트)에 비해선 출렁임이 덜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691억 원, 188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홀로 3725억 원을 팔아치우며 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3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면 시장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10년물 기준)는 11일 연 1.15%로 1주일 만에 0.22%포인트 급등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계속 오르면 주식시장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외국인들이 3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외국인은 이날 LG화학(3.95%), SK하이닉스(3.10%), 네이버(3.29%) 등을 주로 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세계 증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외국인 수급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연일 사상 최대치를 다시 쓰고 있다. 12일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74조4559억 원으로 집계됐다. 11일 사상 처음으로 72조 원을 넘어선 뒤 하루 만에 2조1347억 원이 늘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규 계좌가 매일 대규모로 개설되며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며 “대기자금이 장중 하락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새해 들어 1주일 동안 삼성증권 한 곳에서만 새로 늘어난 고객은 4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1월 신규 고객의 2배 수준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예탁자산 10억 원 이상인 자산가들은 4~8일 국내 증시에서 ‘코덱스(KODEX) 레버리지’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 종목은 코스피200지수가 오르면 상승분의 2배만큼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새해 첫 주 코스피가 3,000 선을 돌파하자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자산가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4일 종가에 코덱스 레버리지를 샀다면 13일 현재 수익률은 15.1%다.
지난해와 2019년 1월 매수 1위 종목이 ‘코덱스(KODEX)200 선물인버스2X’였던 점과도 대조적이다.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이 종목은 주가가 떨어질 때 하락 폭의 2배(곱하기)로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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