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금융사들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심사를 보류하면서 주요 금융사들이 ‘자산조회’ 서비스 등을 중단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던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있을 경우 심사를 중단할 수 있는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기로 했지만, 개선안 도출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 내 ‘내자산연구소’의 일부 서비스를 다음달 5일부터 중단한다.
중단되는 서비스는 Δ카드 대금 한번에 모아보기 Δ내 보험 모아보기 Δ내 연금 챙기기 Δ내 세금우대 현황 조회 Δ현금영수증 등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하나은행은 최씨 딸 정유라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준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혐의를 받는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하나금융지주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 제5조제6항제3호에 따르면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원회, 국세청 또는 금융감독원 등에 의해 조사·검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소송·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승인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절차가 끝날 때까지 허가심사를 보류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오는 2월5일부터 ‘허가제’로 바뀌는데, 이때부터 허가받지 않은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6개월 이내 업무정지나 5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나은행 외 하나금융 계열사 3곳(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도 마이데이터 허가심사를 보류받아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핀크는 지난 4일 이미 서비스 중단을 예고했다. 중단되는 서비스는 Δ통합조회(은행, 카드, 증권, 현금영수증, 대출정보) Δ소비히스토리 Δ정기결제 알림 Δ습관저금 등이다. 단 하나카드와 하나금융투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전 단계라 중단되는 서비스는 없으나 기획 중이던 서비스 출시에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암 환자에게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은 게 문제가 됐다. 삼성카드는 앱 내 ‘자산조회’ 서비스를 다음달 1일부터 중단한다.
경남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주가 시세 조종 혐의로 지난 3일 법원 1심에서 벌금을 선고받아 심사가 보류됐다. 경남은행은 다음달 5일 종합 자산관리 앱 ‘알다’ 내 자산조회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주요 금융사가 제공하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중단되멘서 당분간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추후 재심사 일정도 불투명해 금융사들은 서비스 재개일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허가 심사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인 ‘심사중단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신규 인허가 시 운영되고 있는 심사중단 제도는 판단 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비판이 있는 만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문제가 된 신용정보업 감독규정뿐만 아니라 각 금융 관련법에 걸친 심사중단 제도를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심사중단제도와 관련) 감독규정을 개정한다는 의미며, 신정법뿐만 아니라 금융법 전체에 산재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신용정보법 감독규정 제5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16조,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제38조 등에 심사중단 제도 내용이 반영됐다. 그간 금융사가 심사중단 제도에 걸린 사례가 비일비재해 업계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개선 작업에 들어가는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2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데이터 허가에는 일반적으로 최소 3개월(예비허가 2개월, 본허가 1개월)이 소요되는데 심사가 중단된 금융사들은 일러도 오는 하반기가 돼서야 다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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