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삼만전자(삼성전자 3만 원)’에서 이룬 것과 같이 ‘십만전자’도 이루어지리라. (중략) 다만 95층(9만5000원)에서 구하옵소서.”
지난주 직장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에서 이른바 ‘삼기도문(삼성전자+기도문)’이 화제가 됐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개미 투자자들이 ‘하락은 막고 상승을 기원한다’는 간절함을 담아 만든 글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약 15조 원을 주식시장에 쏟아부으며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를 개인이 홀로 버티는 ‘외끌이 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떨어지면 ‘물타기’, 오르면 ‘불타기’… 불안한 동학개미
코스피가 2% 넘게 하락하며 3,100 선이 무너진 15일 주식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화방 등에서는 ‘빚을 내 투자했는데 큰일’이라거나 ‘왜 외국인과 기관은 사지 않느냐’는 걱정이 담긴 게시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와 ‘일시적 조정’일 뿐이라는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올해 들어(4∼15일)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15조4657억 원에 이른다. 새해 첫 10거래일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15조3051억 원, 141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고점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더는 뒤처질 수 없다’며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김모 씨(33·여)는 최근 전세자금 대출 원금 상환을 미루고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2%대로 낮은 금리를 생각하면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회사원 임모 씨(36)도 주택 구입을 위해 지난해 10월 개설했던 마이너스 통장에서 8500만 원을 빼내 11일 주식계좌에 입금했다. 상승장에 올라타는 ‘불타기’였다. 부동산 투자는 덩치가 커 엄두가 나지 않지만 주식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 주당 9만4000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산 임 씨는 일부를 팔아 60만 원의 수익을 냈다. 남은 주식은 이후 8만 원대로 떨어진 상황. 그는 주가가 하락하자 ‘손절매’보다는 추가로 매수를 이어가는 ‘물타기’로 버티고 있다. 주가가 내려도, 올라도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존버(계속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 ‘영끌 대신 연끌’도… ETF 잔액 3배 늘어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 대신 ‘연끌(연금 끌어 투자)’을 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17일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이들 증권사 연금저축계좌의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은 총 1조1912억 원으로 2019년 말의 3배 이상 늘었다.
오히려 변동성을 기회로 삼아 ‘단타’ 투자 전략을 밀고 가는 이들도 있다. 이모 씨(32·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흐름을 이용해 ‘하루 10만 원’을 수익 목표로 ‘단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장 초반 매수세가 달아오르는 종목에 재빠르게 들어가 불과 몇 퍼센트의 시세차익을 취하고 곧바로 매도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2일 사상 최대인 74조 원까지 올라간 뒤 67조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빚투’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19조2213억 원이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달 14일까지 21조2826억 원으로 올해 들어 10거래일 만에 2조 원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증시 방향성이 당장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단기적 조정에 대해서는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단기간에 빠르게 치고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며 “추세와 별도로 일시적 충격 범위는 생각보다 클 수도 있는 만큼 무리한 빚투 등은 지양해야 할 때”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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