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한 외국인 250만 명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은 한국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우정의 징표를 간직하고 살아간다. 외국 기업인과 외교가 인사들의 ‘보물 1호’를 알아본다.
시몽 뷔로 벡티스코퍼레이션 대표(58)는 오전 8시쯤 회사에 도착해 책상 위에 놓인 액자에 먼저 눈을 돌린다. 이 액자는 한국 생활을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뷔로 대표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보물 1호다”라며 자랑을 시작했다. 인터뷰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진행됐다.
액자엔 사람 사진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액자에는 영어 문구 사진이 끼워져 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휴대전화를 통해 받은 텍스트 메시지들을 사진으로 인화해 액자로 만든 기발한 착상이다.
뷔로 대표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이다. 그가 운영하는 벡티스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캐나다 기업을 위해 시장 조사를 하고, 캐나다 등으로 눈을 돌리는 한국 기업을 위해 정보 컨설팅을 해준다.
이와 함께 국내 소재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위한 글로벌 인재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2008∼2011년) 등을 지내며 관심 영역을 넓혀 나간 덕분이다. 주로 강연, 일대일 멘토링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을 만난다. 강연 및 수업료를 조금 받기도 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액자의 영어 문구는 그가 만난 한국 젊은이들이 보내온 감사 메시지들로 채워져 있다. “당신의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당신 덕분에 꿈을 찾게 됐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시대’라는 말은 많지만 정작 글로벌을 꿈꾸는 한국 취업생을 위한 정보는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딥다이브(Deep-Dive)’ 전략을 택했습니다.”
뷔로 대표는 ‘딥다이브’에 대해 “‘깊게 다이빙하다’, 즉 ‘속속들이 파헤치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때 제가 한국 젊은이들로부터 받는 질문은 정말 피부에 와닿는 것입니다. ‘외국 기업에 이력서를 낼 때는 2장이 좋냐, 3장이 좋냐’ ‘면접 인터뷰 때 손동작은 어떻게 해야 외국인 눈에는 자연스러운가’ 같은 것들이죠. 외국인 경영자 입장에서 서구식 인재관에 대한 큰 틀의 지식을 제공하면서 이런 세부 정보들도 사례 연구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는 1986년 캐나다에서 대학 졸업 후 옛 대한석유공사(유공) 국제금융부에 근무하게 되면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1998년 벡티스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대 취업난과 함께 대학들의 강연 요청이 급증하면서 ‘인기 강사’가 됐다. 지금까지 250여 차례 해외 취업 관련 강연을 했다. 에어클래스 등 동영상 강의 플랫폼도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 영역이 확장돼 미국 유럽 등에서 파견된 외국계 기업 간부들을 대상으로 여는 ‘한국 이해’ 트레이닝 세션도 주된 일이 됐다.
“한국인 직원들은 질문하기를 꺼리고 서열을 중시하기 때문에 ‘외국인 보스’가 보기에는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럴 때 한국인 직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통 방법을 알려줍니다.”
뷔로 대표에게 자신과 한국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하자 ‘번역가(interpreter)’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영어 번역가는 아니고요. 한국과 다른 나라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지식 번역가’가 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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