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급 예고에도 치솟는 집값…“단기 대책 없다” 커지는 회의론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22일 0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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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8년8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서울도 확대
이동 수요 많은 봄 이사철 불안 "집값 상승 요인"
전문가들 "단기에 공급 늘릴 뾰족한 대책은 없어"
다주택자 퇴로·민간재건축 완화 요구에 정부 반대
공급방식 대책만 남아…파격적 내용 담길지 주목

정부가 특단의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세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매매로 이탈하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들썩이는 것인데 단기 방안이 빠진 대책으로는 현재의 집값 불안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동 수요가 많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있어 집값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1월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1%로 8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으로 옮겨갔던 상승 열기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수도권으로 유입되면서 집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덜 올랐던 고양시, 남양주시, 양주시, 의왕시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도 이번 주 0.09%를 기록해 지난 주 0.07% 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7월 둘째 주(0.09%)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는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남 지역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 위주로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고 강북 지역은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매물이 줄자 전세가격이 급등했고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아예 집을 사버리는 매매로 전환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12월 매매 거래량은 6919건으로, 이미 전월 거래량(6313건)을 넘어섰다. 매매 거래 신고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 하게 돼 있어 12월 거래량은 1만건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특단의 부동산 대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대책을 설 전에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역세권 고밀도개발, 준공업지역 개발 등 세부 방안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공급확대 시그널은 긍정적이지만 당장 늘어나는 수요를 흡수할 단기 대책은 보이지 않고 있어 시장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민간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투기 억제에 방점이 찍힌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공공 중심의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세제 완화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만큼 특단의 대책은 공급 방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와 현실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면 오히려 집값 폭등을 부채질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준공업지역이든 도심역세권이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매매전환 수요인 만큼 공급 대책이 당장에 발생하는 수요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단기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어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임 연구원은 “지금은 한파로 전세 수요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3월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 수요가 더 늘어나 집값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지금 못 사면 더 오를 것이란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이 큰 가운데 웬만한 대책으로는 상승기조를 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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