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주택 증여가 올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지 않고 배우자 등에 증여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강화에도 시장에 나오는 매물량은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높은 세금 부담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해 증여 또는 버티기에 나서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서다.
22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가지고 있는 2주택자가 해당 주택의 증여로 내야 할 증여세는 매도에 따른 양도세보다 최대 1억3000여 만원 낮았다.
2주택자가 5년 전 10억원에 구입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17억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매각 시점이 양도세 중과(6월1일) 이전이라면 3억3215만6440원을 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이후에는 4억352만1140원으로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난다. 반면 배우자에게 단순 증여를 한다면 2억7160만원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
우병탁 팀장은 “다주택자라는 전제하에서 보면 보유 기간이나 차액에 따라 다르겠지만, 증여세보다 양도세 부담이 큰 것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상 때문에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보다는 증여로 돌리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아파트 증여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9만186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건수로, 전년 6만4390건 대비 약 43%(2만7476건) 증가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같은 기간 1만2514건에서 2만3675건으로 89%(1만1161건) 폭증했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선 고가 아파트가 몰린 송파구(2776건)와 강동구(2678건), 강남구(2193건), 서초구(2000건) 등 강남4구에서 증여가 많았다. 경기(2만6637건)와 인천(5739건)도 각각 역대 최고의 증여 건수를 나타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여 건수가 늘어난 것은 다주택자 중심의 세제 강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세금 압박에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7·10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오는 6월부터 기존 3.2%에서 6.0%로 오른다. 양도세 최고 세율은 이달부터 기존 42.0%에서 45.0%로 올랐다. 오는 6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2주택자는 최고 65%, 3주택자는 최고 7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증여세율은 10~50%로 상대적으로 낮아 다주택자에겐 매도보다 증여가 더욱 유리하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여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월 종부세 고지서를 받기 전에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에 나서는 다주택자의 움직임은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증여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12%로 높였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 증여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8.35%로 2006년(11.60%)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국 아파트값은 9.65% 올랐다. 이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13.06% 상승하는 등 집값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우병탁 팀장은 “지난해 증여취득세 중과로 증여가 줄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었지만, 연말부터 꾸준히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며 “집값은 꾸준히 오르는 데다, 양도세 중과 수준도 워낙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으로 출회될 유인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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