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국내 증권사의 4분기(10∼12월) 실적은 각종 비용 반영으로 다른 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동학개미운동의 수혜를 입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활황 덕분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채권운용수익 등이 부진해 실적 규모가 작을 수 있지만 1년 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해선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30조3000억 원으로 2분기(4∼6월)부터 시작된 사상 최대치를 매 분기 갈아 치우고 있다.
기업금융(IB)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이 녹록지 않았는데도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위주의 거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까지는 이런 거래가 대형사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4분기 들어서는 중소형사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3분기 기업공개(IPO) 등 주식자본시장(ECM) 거래가 상당히 많았다. 4분기는 그보다는 적겠지만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인센티브 유인 등으로 통상 상반기에 거래가 몰리고 4분기로 갈수록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브로커리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4분기 순이익이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각종 평가 이익 및 운용 수익이 반영되는 ‘트레이딩 수익’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4분기 들어 상승 폭을 키워(채권 가격은 하락) 9월 말 대비 0.23%포인트 올랐다. 그만큼 채권 운용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주가연계증권(ELS) 역시 지수 상승에 따라 조기 상환이 진행돼 이연수수료가 추가됐고 최근 자금이 주식 직접투자로 몰리면서 ELS 수요가 예전만 못한 점도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선 자금인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19조 원으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 이자 이익은 양호하다. 거래대금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무엇보다 지난해 1분기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등으로 손실이 컸던 트레이딩 수익이 정상화되면서 올해 증권사 이익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증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2%로 높은 편이다. 반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6.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9배 수준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론 여전히 저평가 구간인 셈이다. 증권업 비중 확대가 아직 유효하다고 보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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