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관계자는 25일 “SK텔레콤과 이마트가 야구단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이마트는 이르면 26일 야구단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어 두 회사는 이사회를 거쳐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SK 측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로 신세계그룹에서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야구단 인수 역시 소비자의 체험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016년 3월 당시 건설 중이던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의 명칭을 직접 지었다고 밝히며 “앞으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마트, ‘유통맞수’ 롯데와 야구전쟁 예고
‘한국시리즈 4번 우승’ 명문 구단 정용진 신세계부회장 인수 의지 ‘스포츠 결합’ 새 비즈니스 펼듯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유통과 스포츠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유통맞수’로 꼽히는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롯데 자이언츠와 야구단을 통해 또 다른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전부터 야구단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서울 히어로즈 구단을 비롯해 여러 차례 야구단 인수 후보로 거론됐고, 9-10구단 창단 시에도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신세계그룹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여자프로농구팀 쿨캣을 운영하며 프로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태평양 여자농구팀을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자사 백화점이 있던 광주를 연고로 한 프로농구팀과 이마트의 여자프로농구 리그 타이틀 스폰서 참여 등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들었다.
매각 금액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 인기 상승과 함께 야구단의 몸값도 예전에 비해선 무척 높아졌다. 2019년 포브스코리아는 서울 연고의 두산 베어스 구단 가치를 약 2000억 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야구단 인수는 모기업 사정 악화에 따른 것이었다. 2000년대만 해도 SK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했고, KIA는 해태 타이거즈를 품에 안았다. 특히 인천에 자리 잡은 팀들의 변화가 잦았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시작으로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을 연고지로 삼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재정난을 겪던 쌍방울을 인수해 2000년 인천을 연고로 재창단한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 시절이던 2007년부터 3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18년에는 트레이 힐먼 감독(미국)의 지휘 아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팬 친화적인 구단 운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SK그룹은 기존 운영 중인 프로축구(제주), 프로농구(나이츠)와 함께 향후 비인기 종목 지원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