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지시하면서 정부가 지원 규모와 대상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모두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입법화의 전제로 내건 만큼 재정 여력을 감안해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지원 대상과 기준 금액을 어떻게 정할지 제로베이스에서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어디까지를 자영업자의 손실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 여건을 고려해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제화란 새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앞으로 있을 추가 유행에 대비한 것이지 소급 적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지원 대상 자영업자의 규모와 지급액 등을 여러 시나리오로 만들고 필요한 재정 소요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과 기준, 금액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여러 지원책의 조합들이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가능한 한 빨리 윤곽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예비비는 약 3조8000억 원. 많게는 수십조 원 규모로 거론되는 자영업 손실보상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2019년 37.7%였던 국가채무비율은 불과 2년 만인 올해 10%포인트 넘게 올라 47.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당초 내년에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손실보상 지원 규모에 따라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 내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행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비 조달을 위해 중앙은행이 발행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매입한 게 마지막일 정도로 이례적인 방안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국가채무 이자 비용만 약 23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빚을 늘리면 빚에 대한 이자만큼 나라 재정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고 채권 금리가 오를 경우 재정 부담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채무비율이 올라가는 속도 등을 고려해 정부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전체 규모를 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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