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플랜’ 들고 나온 쌍용차…돌고 돌아 ‘산은’ 최대 변수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31일 07시 52분


쌍용자동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12.22 © News1
쌍용자동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12.22 © News1
쌍용자동차가 P플랜(사전회생계획안·Pre-packaged Plan)을 꺼내 들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HAAH) 간 쌍용차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새로운 돌파구를 선택했다. 다만 P플랜 실행을 위해선 먼저 회생 계획안을 도출하는 등 채권단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돌고 돌아 산업은행이 최대 변수라는 분석이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의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이 원활한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으로 법원이 2~3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초단기 법정관리를 하게 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지난 28일 쌍용차의 35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긴급회의에서 P플랜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쌍용차협동회 비대위는 만기가 도래한 2000억원의 어음에 대한 지급 기한 연장에 동의했다. 또 P플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P플랜은 법정관리 개시 전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미리 회생 계획안을 제출한 후 법원의 심리·결의를 통해 인가를 받는 방식이다. 회생 계획안을 마련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식보다 회생에 걸리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법정관리 개시 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시행으로 두 달의 시간을 번 쌍용차는 오는 4월말까지 P플랜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와 HAAH, 채권단은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의 회생 절차에 관여하고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쌍용차를 (신규 투자자가) 얼마에 인수하는지 등이 확정돼야 (채무) 변제 계획을 작성하고 회생 계획안을 만들 수 있는데 아직 합의가 안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상 테이블에선 채무 조정, 대주주의 지분 감자, HAAH의 자금 투입 규모 등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회생 계획안에 포함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쌍용차가 감자를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현재 75%)을 낮추고, 유상증자를 통해 HAAH로부터 2억5000만달러(2800억원)를 유치해 회사를 살리는 방안 등이다.

특히 P플랜 가동의 선(先)조건인 회생 계획안을 확정하려면 산은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수적인 까닭이다. 산은은 쌍용차의 P플랜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회생 계획안에는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의 쌍용차에 대한 지원 여부도 미정이다. HAAH는 마힌드라가 협상에서 빠졌음에도 쌍용차 인수 의지를 꺾지 않고 있으며 산은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에 대한 산은의 지원을 위해선 노조의 협조가 수반돼야 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 지원의 조건으로 흑자 전환 전 쟁의행위(파업)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3년 연장을 내걸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09년 무분규 선언 이후 지금까지 쟁의 행위를 한 적이 없어 쟁의행위 금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과 업계에선 결국 산은이 쌍용차의 P플랜에 동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쌍용차에 남은 선택지가 P플랜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P플랜마저 무산된다면 쌍용차는 파산하게 된다. 게다가 쌍용차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해 대량 실직 사태, 지역경제 붕괴 등으로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산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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