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 의무 어기고 집 팔아 차익… 서류 꾸며 직접 살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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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의무 위반 3692건 적발… 과태료 물리고 세제 혜택도 추징
임대료 증액 위반 등 6월 또 점검
임대사업자 “제대로 안내 안하고 이제 와 불법행위 규정 부당” 주장

서울 성동구에 사는 50대 A 씨는 2017년 11월 6억 원을 주고 산 아파트를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그는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5월 이 아파트를 팔아서 4억 원가량 차익을 남겼다. 임대의무기간 8년을 채우기 전에는 임대사업자가 아닌 사람에게 팔 수 없지만, 일반 개인에게 매매했다.

2015년 아파트를 매입하고 단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한 B 씨는 세입자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살았다. 임대의무기간에는 집주인이 실거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들은 과태료 3000만 원에 더해 그간 받은 세제 혜택까지 환수당할 처지에 놓였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와 국세청 등과 함께 지난해 9∼12월 전국 등록임대주택 160만7000여 채를 대상으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등록임대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위반한 사례 3692건을 적발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지난해 ‘7·10대책’의 후속 조치로, 1994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합동 점검이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4∼8년인 임대의무기간을 지켜야 하고 임대료는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올리는 등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법적 의무 위반에 대한 사후 점검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번에 위반이 적발된 사업자에겐 과태료 부과 및 임대주택등록을 말소하고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소득세 등 각종 세제 혜택도 추징하기로 했다.

이번 점검에선 계약갱신 요구나 임대료 증액 규정을 어긴 임대사업자들도 덜미를 잡혔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C 씨는 결혼한 자녀를 살게 하기 위해 장기임대주택에 살던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임대사업자는 세입자가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고의 파손 등 잘못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D 씨는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서 전세 보증금 1000만 원이던 오피스텔을 반전세로 돌렸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을 받기로 했다. 월세를 법정 비율에 따라 보증금을 환산하면 1억2000만 원 상당으로, 임대료를 12배나 올린 셈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합동점검을 올해 6월에도 추가 실시할 예정이다. 첫 점검에서 임대의무기간 준수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면 6월에는 임대료 증액 위반,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까지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정부의 점검 강화로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정부나 지자체가 임대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모르고 위반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한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각 지자체의 안내문에는 임대료 증액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가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생긴 책임을 이제 와 임대사업자의 불법 행위로 규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임대사업#의무#차익#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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