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분양만 기다렸는데”…분상제 배신에 청약수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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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1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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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신규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모습.© 뉴스1
자료사진. 신규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모습.© 뉴스1
정부가 분양가 안정을 위해 실시한 분양가상한제 이후 오히려 분양가가 오르는 역효과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청약 대기 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분양가상한제에 분양가가 내린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것인가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신을 ‘무주택으로 분양을 받기 위해 십수 년을 기다려온 아이가 셋인 가장’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부터 분양가가 확정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나치로 빙의해 국민을 개, 돼지로 보고 선전·선동을 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과천, 서울 서초구·강동구 등 분상제 적용 단지의 사례를 언급하며 “분상제로 분양가가 내려갈 것이란 믿음은 유리 조각처럼 박살 났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청원인은 “부동산 가격은 단기적으로 잡을 수 없을지라도 분양가는 HUG, 지자체 등을 통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때에도 잡고 있었던 것인데 이를 못 잡는 것은 변창흠 신임 장관 인사를 잘못했거나, 현 정부의 지나치도록 무능한 업무 능력일 것”이라며 “이번에 분양가를 잡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지지를 포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 문제는 앞서 분상제를 적용받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의 분양가가 종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체제보다 높게 책정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촉발됐다.

서초구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초 래미안 원베일리의일반분양가를 3.3㎡당 5668만6000원으로 승인했다. 토지 평가액 4200만원에 건축비 1468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는 이전 HUG 분양가보다 3.3㎡당 70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분양가를 잡겠다며 지난해 7월 말부터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실시했다. 그러면서 분상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HUG 체제보다도 10% 이상 내려갈 것이라고 예고했고, 청약수요들은 기대하고 기다려왔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가 오른 이유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시지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려 토지 감정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2018년 6.89%, 2019년 13.87%, 2020년 7.89%, 2021년 11.41%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끌어 올린 공시지가가 분상제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강동구 공공택지 아파트로 관심을 끈 ‘고덕강일 제일풍경채’가 일부 대출 불가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강동구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지난주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를 3.3㎡당 2429만8000원에 책정했다. 전용면적 101㎡의 경우 9억원을 훌쩍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앞서 시장에서는 공공택지 분상제 적용 아파트인 만큼 분양가가 9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역시 비싸게 매입한 땅값 등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공공택지 아파트도 현금부자의 전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현실화로 인해 신규 분양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땅값을 감정평가하는데 공시가 상승의 영향을 왜 직접적으로 받지 않겠느냐”며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청약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비업계에선 서울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받는 둔촌주공은 분상제로 3.3㎡당 3700만원 이상의 분양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HUG 분양가보다 700만원 이상 비싸다. 이렇게 되면 공급면적 24평(전용 59㎡)도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분양가가 오르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도 줄어든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을 넘는 주택형은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봉양, 기관추천 등 일반적인 특별공급 물량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십차례 거듭된 정부의 규제들이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기대하며 장기간 전세를 전전하던 청약 대기 수요자들의 허탈감과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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