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치권에 다시 각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면 반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힘듦을 덜어드리고자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다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경기동향과 재정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추가 지원을 강조하며 “작년 재정 적자는 주요 42개국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한 발언도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국가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숫자로만 비교되고 끝날 사안이 아니고 화수분도 아니다”라며 “재정규모, 부채속도, 재정수지 등과 연결된 복합사안”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의 재정건전성 지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더라도 빚이 늘어나는 속도와 대외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의 ‘기재부 때리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와 저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경청하겠지만 기재부 직원들은 진중함과 무게감이 없는 지적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이 대표의 국회 연설을 페이스북으로 공개 반박하자 국회와 행정부간 공식 소통 창구인 당정협의를 제쳐두고 당정 갈등을 지나치게 밖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차 재난지원금,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변경,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 재정 이슈에 건건이 반대 의견을 펴다 결국 당청의 조율에 이끌려가면서도 대외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홍 부총리가 페이스북에 글을 적고 이를 당에서 야단치고 하는 모습이 왔다갔다 하는 건 국민들에게 혼선을 준다”며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정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을 발표할 때엔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원칙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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