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어머니에게 증여 받은 고가의 아파트를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세무 당국에 신고해 증여세를 냈다. 통상 공시가격이 시가에 비해 약 30∼40% 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A 씨는 시세보다 수억 원 저렴하게 아파트를 증여 받은 것으로 신고한 셈이다. 당국은 A 씨가 증여 받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을 분석하고 추가 증여세 납부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국세청이 최근 양도소득세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대거 증여에 나서는 과정에서 변칙적 탈루 행위가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증여 관련 탈루 혐의자 1822명을 추려 세무 검증에 들어갔다.
2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검증 대상에 △증여세를 신고하며 증여 재산을 누락한 1176명 △시가 대신 공시가격으로 증여세를 신고한 531명 △증여 주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85명 △각종 비용을 편법 증여 받은 30명이 포함됐다.
당국이 잡아낸 변칙적 탈세는 다양하다. 사회 초년생인 B 씨는 대형마트 2곳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주택과 아파트 분양권을 증여 받았다. 국세청은 B 씨의 아버지가 마트 매출의 일부를 빼돌리고 경비를 부풀려 만든 법인자금으로 분양권을 산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B 씨 아버지가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법인세 납부 실적을 조사하고 있다.
C 씨는 아버지에게 부동산을 증여 받고 증여세를 냈는데 부동산을 증여 받기 9년 전 아버지에게 증여 받은 주식을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10년 내 부모 등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으면 증여가액을 합산해서 증여재산가액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전세 낀 아파트를 증여 받으면서 전세 보증금을 가족이 대신 갚아준 편법 증여 사례도 적발됐다.
당국이 증여세 탈루 혐의자에 대한 정밀 검증에 나선 이유는 최근 집값 상승과 양도세 인상 등으로 증여에 나선 집주인들이 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다르면 2012년 5만4626건이었던 주택 증여는 지난해 15만2427건으로 약 2.8배가량으로 늘었다.
국세청은 증여세를 적게 신고하거나 내지 않을 경우 가산세를 물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증여세는 유사 주택의 매매가격이나 감정가격 등의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납부해야 한다. 시가를 계산하기 어려울 때 ‘기준시가(공시가격)’를 활용한다. 납세자가 신고한 기준가격보다 증여 6개월 전부터 증여 후 신고 전까지 더 높은 시가가 확인되면 납세자는 수정 신고를 하고 덜 낸 증여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증여세를 축소 신고하면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10%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전체 증여세의 2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택 증여가 늘며 이 과정에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각종 과세정보를 분석해 변칙적 탈루행위를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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