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치권에 다시 각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힘듦을 덜어드리고자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다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경기 동향과 재정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 운영상 다다익선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가 중요하고 기본이다”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201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에 이어 지난해 1차 추경 편성과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 지급, 2차 재난지원금과 4차 추경,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 강화 등에서 여당과 8번 부딪쳐 8번 모두 물러났다. 올해도 손실보상법에 이어 이번에 10번째 이견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한 인연이 있는 홍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부총리는 “국가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숫자로만 비교되고 끝날 사안이 아니고 화수분도 아니다. 재정 규모, 부채 속도, 재정수지 등과 연결된 복합 사안”이라며 “2월 추경 편성은 이를 것으로 판단되고, 필요시 3월 추경 논의가 가능할 듯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의 ‘기재부 때리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를 향한 어떠한 부당한 비판도 최일선에서 장관이 막을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가 이 대표의 국회 연설을 페이스북으로 공개 반박하자 국회와 행정부 간 공식 소통 창구인 당정협의회를 제쳐두고 당정 갈등을 지나치게 밖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 나와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기재부가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장막을 치고, 벽을 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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