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을 위해 당정이 손실보상제 입법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향후 2년여에 걸쳐 재정 부양책이 철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재는 돈을 풀더라도 대규모 재정에 기댄 부양책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제러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담당 책임자(사진)는 2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재정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평가의 핵심 고려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주크 책임자는 손실보상제 입법과 관련해 “한국의 재정 정책은 2021년에도 성장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향후 2년여에 걸쳐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점진적으로 철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등 나랏돈 풀기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정을 무분별하게 풀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 조달 비용 급증, 환율 불안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피치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 등급은 투자 등급 10단계 중 4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영국, 홍콩, 대만, 벨기에 등이 속해 있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이같이 평가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핵심 요소로 판단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0%를 넘었고 2024년 58.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인구 고령화로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크 책임자는 “인구 고령화는 한국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의료와 복지 비용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 후반대까지 올라가면 지출 부담이 재정을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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