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상징’ 은마아파트 1147채 등기부등본 분석… 주거실태 보니
41년간 매매 평균 2.5회 불과… 정부는 고액대출-투기차단 초점
“정밀진단 없는 규제 부작용” 지적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김성민(가명·62) 씨는 요즘 하루 종일 손자를 돌본다. 원래 손자는 아파트 1층 어린이집에 다녔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세놓던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김 씨의 ‘독박 육아’가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재건축 조합원이 2년 동안 실제 살지 않으면 분양자격을 박탈하는 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불똥이 김 씨에게 튄 셈이다.
은마아파트를 7년째 보유 중인 김 씨는 세금 문제로도 고민 중이다. 2010년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 주거여건이 마음에 들어 2014년 전세금 5억 원에 은행 대출 3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보태 생애 처음 자기 집을 마련했다. 평생 살 생각이었던 만큼 집값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다만 집값 급등으로 보유세가 크게 오른 게 문제였다. 그는 지난해 보유세로 약 540만 원을 냈다. 보유세는 올해 750만 원에 이어 내년에는 960만 원까지 뛴다.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한국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이었다. 투기 수요가 몰려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부 규제의 타깃이 돼 대출과 세금 규제, 실거주요건 강화 추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쏟아졌다. 이러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매물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인 밸류맵과 은마아파트 4424채 가운데 평형과 동에 따라 추출한 1147채(25.9%)의 등기부등본을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 41년 동안 은마아파트 1채당 거래 횟수는 평균 2.5회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평균 대출금은 1억8760만 원이었고, 집주인의 절반은 대출금이 한 푼도 없었다. 집주인 10명 중 6명은 집을 산 뒤 10년 이상 보유했다. 은마아파트에는 고액 대출로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려 단타매매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은마아파트 주거실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한 정교한 주민실태 분석 없이 부동산정책을 추진해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처방하다 보니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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