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한번 더 연장하고 코스피·코스닥 우량주인 350개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하는 ‘홍콩식’ 절충안을 내놓은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에 타협점을 찾은 결과로 풀이된다.
공매도 재개 논란을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해소하려면 부분 재개가 시작되는 5월 3일까지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일 브리핑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인 공매도를 완전 금지하거나 무기한 금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도 “홍콩식 ‘부분 공매도’ 방식을 참고해 일부 종목에 대해 부분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시가총액과 주식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한다. 금융위도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의 각각 88%, 50%를 차지하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 공매도 금지에 나섰다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허용을 하는 주요 금융시장은 홍콩뿐이다.
당국은 당초 3월16일 공매도 재개 방침을 세웠지만 개인 투자자들과 여당 내부의 반발, 미국의 반공매도 세력이 주도한 ‘게임스톱 사태’ 등이 겹치며 ‘추가 연장 후 부분 재개’로 시간을 벌었다. 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기엔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으로선 고육지책으로 절충안을 내놨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남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30년의 징역형과 주문금액 만큼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된다. 또 개인들도 공매도를 위해 안정적으로 주식을 빌릴 수 있도록 주식 대주 물량을 3조 원가량 확보하는 등 개인 대주 제도를 개편한다.
하지만 우량주 350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2037개 종목의 공매도 재개 시점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종목별 수급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주만 공매도가 가능해지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시세 조종이 가능한 소형주에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홍콩에서도 공매도가 안 되는 종목은 가격 효율성 등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의 효과가 시장에서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근거 없이 또 금지를 연장했다”고 했다.
아울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글로벌 기관은 국가별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공매도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고 있어 공매도 금지가 완전히 풀리지 않으면 한국이 ‘공매도 금지국’으로 낙인이 찍혀 외국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결정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불안감을 고려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미봉책이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사이트에는 “부분이라도 왜 재개하는가” “폐지가 답” “선거 끝날 때까지만 금지하고 제도 개선은 없다는 등의 글이 잇달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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