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가 752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에 육박하는 흑자 규모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수출이 줄고 수입은 원자재를 중심으로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한은 측은 “국내경기 위축에 따른 ‘불황형 흑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나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예상 밖의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경상수지는 한국은행 예상치인 650억달러 흑자를 크게 상회했다.
◇2020년 경상수지, 반도체 초호황기 2018년 수준 육박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752억80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흑자폭이 156억달러 확대됐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것이다.
경상수지는 앞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7년 752억3000억달러, 2018년 774억7000만달러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2019년 596억8000만달러로 줄었다가, 2020년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해외여행 감소와 유가하락, 비대면 경제와 관련한 반도체와 진단키트 등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기대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며 “우리나라는 방역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하면서 양호한 경제 여건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아직 확정돼 발표되지 않았지만 환율을 고려하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GDP 대비로는 4% 초반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연간 상품수지는 819억5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이 21억3000만달러 확대됐다. 박 국장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에는 상품수출보다 상품수입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이 일조를 했다”며 “다만 국내 경기가 위축됐다면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이 줄었어야 하지만 지난해 기계류를 중심으로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수출은 5166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2% 줄어들며 전년대비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생산 차질과 수요 위축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 통관수출은 정보통신기기가 전년 대비 13.0%, 반도체가 5.4% 늘어났다. 반면 석유제품은 전년 대비 40.3%, 승용차가 11.9%, 철강이 10.3% 줄었다. 수입은 4346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8%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나 지난해 경상수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전년도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면서 한은의 예상액인 650억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1~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만 639억4000만달러에 이르렀다.
한은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후부터 경상수지가 흑자 흐름을 나타냈는데 이는 수출 실적이 하반기 들어 나아졌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회복세가 점차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는 161억9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106억6000만달러 축소됐다. 여행수지가 56억3000만달러 적자를 내긴 했지만 적자폭이 62억4000만달러 축소됐으며, 운송수지는 21억3000만달러로 2015년(46억5000만달러) 이후 5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본원소득수지는 120억5000만달러로 전년대비 흑자폭 8억1000만달러 줄어들며 지난 2019년 128억6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은 771억2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나타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324억8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92억2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585억5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170억6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12월 경상수지 115억1000만달러 흑자…8개월 연속 흑자행진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15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지난 5월부터 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이었던 지난 2월 경상수지는 63억6700만달러 흑자였지만 3월 들어 59억6000만달러로 흑자 규모가 축소됐고, 4월에는 코로나19 영향과 외국인 배당요인이 겹쳐 33억3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5월 22억86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6월 68억8000만달러, 7월 74억5000만달러, 8월 65억7000만달러, 9월 101억3000만달러, 10월 116억6000만달러, 11월 89억7000만달러, 12월 115억1000만달러로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12월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수지가 이끌었다. 상품수지는 105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이 49억달러 확대됐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반면 수입이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졌다.
12월 수출은 525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3% 늘어났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 2018년 11월(518억1000만달러) 이후 25개월만에 500억달러를 상회했다.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전년 동월 대비 29.7%, 정보통신기기가 33.9%, 화공품이 19.4% 각각 증가했다. 반면 석유제품은 전년 동월대비 35.9% 급감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수입은 420억9000만달러로 0.1% 증가하며 전년동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서비스수지는 5억3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에 비해 적자폭이 5억3000만달러 축소됐다. 여행수지가 5억8000만달러 적자를 내긴 했지만 전년 동월에 비하면 적자폭이 5억7000만달로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운송수지는 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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