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 운영까지 멈추게 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을 빚은 반도체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 부족 현상은 단기간 내 해결되기 힘들어 완성차 업체의 반도체 확보 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올해 1분기 67만2000대의 자동차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중국에서의 생산 차질이 25만대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생산 차질은 10만대 이하일 것으로 전망됐다.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MCU의 경우 리드타임(주문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26주(182일) 또는 그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MCU는 자동차 안에서 여러 시스템을 제어하는 ‘두뇌’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현재 주요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차량용 MCU를 대만 TSMC에 주문해 생산 중인데 의존도가 70%에 이른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게다가 MCU처럼 주문이 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단시간에 물량을 늘리기도 힘들다. 삼성전자나 다른 파운드리 업체를 찾기에도 제조 공정을 새로 만드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해 수급 불일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필 암스루드 IHS마킷 수석 분석가는 “수급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며 “만약 자연 재해였다면 어느 정도 반도체 공급 회복 계획이 있을 수 있는데 이번 상황은 수요 공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3분기가 지나면 일시적으로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TSMC로의 차량용 반도체 주문 쏠림 현상이 심해 공급 부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상무는 이어 “특히 MCU의 경우 제조에 최신식 시설이 필요해 TSMC와 같은 대형 파운드리 업체에서만 제조가 가능하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필요한 반도체를 다른 파운드리에 주문한다고 해도 제조 공정을 바꿔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고, 비용 투입 대비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일반 전자기기용 반도체보다 낮아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도 새로 시설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GM이 다음 주부터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3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한국 부평 공장도 생산을 절반으로 줄인다.
GM이외에도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스바루, 닛산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줄였다. 마쓰다는 2월~3월 사이 3만4000대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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