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장기 공매도 금지…주가 폭락 위험” 외신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5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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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이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가 증시를 급락시킬 수 있다고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증시 폭락을 막고자 공매도를 금지했다. 금지 조치는 당초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대가 커지자 5월 2일까지 연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밖에 없으며 인도네시아도 이달까지만 공매도를 금지한다. 이대로라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최장 기간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기관투자가들의 입을 빌려 우리 정부의 인위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호주 유명 롱쇼트 펀드 운용사인 ‘AMP 캐피털’ 성장시장 책임자인 네이더 네이미는 “‘불 마켓(강세가 예상되는 시장)’을 가진 한국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목표는 미국 (게임스톱과 같은) 사태를 피하려는 것이지만, 의도치 않게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또 “점점 더 많은 펀드매니저들과 거래자들이 이번 결정이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가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라고도 지적도 나왔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블룸버그에 “한국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공매도 장기 연장을 가져왔을 수 있다”며 “규제 기관이 여론에 휘둘리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정부의 공매도 연장 조치는 ‘완전 폐지’를 주장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는) 개미투자자들이 아닌 4월 선거를 위해 만든 허접한 대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엔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29일 연례협의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때가 됐다”고 한 바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증시는 사상 최대 주가 지수를 경신하고 있어 공매도 금지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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