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에 10억 원 이상을 맡긴 ‘큰손’ 투자자들이 53%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초저금리 예금에서 돈을 빼내 주식 투자에 나서는 ‘머니 무브’도 가속화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대 증권사에 10억 원 이상(주식, 펀드 평가액 포함)을 예치한 자산가는 5만623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3만3030명)보다 53.3% 늘어난 규모다. 5개 증권사에서 10억 원 이상 자산가들이 보유한 자산은 최소 5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억 원 이상을 맡긴 고객은 더 많이 늘었다. KB증권을 제외한 4개 증권사에 1억 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은 지난해 말 75만 여명으로 1년 전보다 약 65%(약 30만 명) 급증했다. 국내 증시가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를 열며 급등하자 억대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도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은 637조8555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9840억 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저축성예금 등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이다.
반면 주식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평균 68조9528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6조7000억 원)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1이달 11~13일 7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1월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27조9885억 원에 이른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맡긴 투자자 예치금도 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해 11월 6000억 원대에서 이달 6조 원 선으로 급증했다.
초저금리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주식시장, 가상화폐 등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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