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65% 하나금투 47% 순익↑… ‘라임 타격’ 신한, KB에 1위 내줘
‘코로나 대출 지원’ 탓 충당금 늘고 희망퇴직 증가해 은행 수익은 악화
배당은 감축 방침… 주주 반발 예상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급등한 지난해 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저금리 여파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증권 등 비(非)은행 부문이 약진한 덕분이다.
역대 최고 실적에도 금융그룹들의 주주 배당 규모는 줄어들어 순이익의 20% 이하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비해 자본 여력을 확충하라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를 따른 결과다.
○ KB금융 3년 만에 순익 1위 탈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마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지난해 각각 3조4552억 원, 3조4146억 원, 2조637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모두 지주 설립 이후 최대 규모 순이익이다. 2019년에 비해서는 각각 4.3%, 0.3%, 10.3% 늘어난 성적이다.
반면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전년보다 30.2% 감소한 1조3073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농협금융지주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4곳이 역대 최대 성적을 올린 셈이다.
이는 동학개미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좋아진 영향이 크다. KB증권은 전년 대비 65.0% 급증한 4256억 원의 순익을 내며 KB금융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나금융투자도 46.6% 늘어난 4109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카드 순이익(6065억 원)이 19.2% 증가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신한금융투자는 수수료수익(7406억 원)이 45.6% 늘었지만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손실 비용을 반영하면서 전체 순이익은 29.9% 감소했다.
라임 등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그룹의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2017년 이후 3년 만에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손실비용을 4725억 원 반영한 반면 KB금융은 관련 손실이 거의 없었다.
○ 주력 계열사인 은행 실적은 뒷걸음질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일제히 마이너스 성적을 냈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에 따른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데다 거액의 희망퇴직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신한은행 순이익(2조778억 원)은 10.8% 줄어 4대 은행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9.4%), 하나은행(―6.1%), 국민은행(―5.8%)도 모두 순익이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주요 금융그룹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방법인 배당은 오히려 줄였다. KB금융은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9년 26%에서 20%로 낮추고 주당 배당금을 1770원으로 결정했다. 8년 만에 가장 낮다. 하나금융그룹도 배당성향을 25.78%에서 20%로 낮췄다. 주당 배당금은 1350원으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올해 6월까지 은행 등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추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결과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금 결정을 3월 이사회로 미뤘지만 금융당국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금융지주는 배당 축소 등과 관련한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법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하반기(7∼12월) 중간배당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