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 흡수 돕는 두부”… 일반식품도 기능성 경쟁

건강기능식품만 가능하던 문구
식약처 기준 완화로 표기 가능
홍삼-클로렐라 등 29개 원료 해당
식품업체 관련 제품 잇달아 출시

CJ제일제당의 ‘밸런스밀 견과 드링크’와 풀무원의 ‘발효홍국나또’, ‘PGA플러스 칼슘연두부’, 롯데푸드의 ‘파스퇴르 쾌변’ 시리즈(왼쪽부터 시계 방향). 모두 일반식품임에도 ‘기능성 표시제’에 따라 포함된 건강기능 성분 원료와 효용을 겉면에 표시했다. 각 사 제공

‘본 제품은 체내 칼슘 흡수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폴리감마글루탐산(PGA)이 들어 있습니다.’

풀무원식품이 지난달 출시한 ‘PGA플러스 칼슘연두부’의 포장에 적혀 있는 문구다. 두부와 같은 일반식품에 이런 ‘기능 설명’이 가능해진 건 지난해 말부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도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완화한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를 시행하면서다.

‘건강 기능’과 관련한 식품산업 규제가 완화되면서 연초부터 제조, 유통사들이 잇따라 기능성 강화에 나섰다. 8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시행된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에 맞춰 새롭게 출시된 제품은 20여 개다. 풀무원은 이 제도를 처음 적용한 PGA플러스 칼슘연두부와 ‘발효홍국나또’를 비롯해 8개 제품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도 각각 ‘밸런스밀 드링크’, ‘파스퇴르’ 시리즈를 포함한 제품들에 이눌린, 치커리 등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 원료 성분과 효용을 표시해 출시했다. 오리온은 기존 과자 브랜드 ‘닥터유’를 기능성 식품 브랜드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식품에 명시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홍삼과 클로렐라, PGA, 프로폴리스 등 총 29종으로, 원료마다 일정 비중 이상 함량이 돼야 표시가 가능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에 대한 식품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반식품에서도 기능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보다 6년 앞선 2015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선 이 같은 기능성 일반식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00억 엔(약 3조18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식재료에도 이런 기능 표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개인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이 규제 특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각 개인마다 소분해 맞춤형으로 판매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 유전자 검사와 문진 등을 통해 필요 영양소를 추적하고 이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풀무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연 ‘퍼팩’을 비롯해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 성수점에 연 ‘아이엠’ 등이 이런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매장이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특허청에 ‘비바건강마켓’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하고 진출을 검토 중이다.

건강기능 성분에 따른 제조 방식 규제도 완화하는 추세다. 한국야쿠르트가 이달 초 출시한 ‘야쿠르트 프리미엄 라이트’ 등 신제품 3종은 국내 첫 액상형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이다. 지난해 식약처가 분말 형태로 제한돼 있던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준을 완화하면서 기능성 인증이 가능해졌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