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TV수상기에 부과되는 수신료가 사실상 이중납부의 성격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료방송으로부터 가입자당재송신료(CPS)도 받고, 광고도 틀며, 수신료까지 쓰고 있는 ‘KBS 2TV’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들은 의무재송신채널인 ‘KBS 1TV’와 ‘EBS’를 제외한 KBS 2TV,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콘텐츠를 제공받는 대가로 가입자당재송신료(CPS)를 지불하고 있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에서는 매년 CPS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블랙아웃(방송 중단 사태)을 피하기 위해 유료방송 플랫폼들은 이를 들어주는 상황”이라며 “CPS는 당연히 요금 산정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KBS 2TV에 대한 시청 대가를 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S, 광고없는 1TV·EBS 위한 수신료, 광고트는 KBS 2TV에도 사용 중
현재 KBS는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수상기(TV)를 소지하고 있는 모든 가구에 대해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다. 주택장소에서 사용되는 가정용 수상기는 세대당 1대, 영업장소 등에서 사용되는 일반용 수상기는 소지대수에 따라 수신료를 부과한다.
수신료는 수상기를 소유한 모든 가구에 대해 월 2500원씩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된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전기요금과 함께 KBS 수신료를 대리로 걷는 대신, KBS로부터 막대한 위탁수수료를 분배받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징수된 수신료도 KBS 1TV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KBS 2TV는 이미 CPS를 받고, 광고를 송출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시청 대가를 받고있으면서도 수신료를 가져다 쓰고 있다.
현재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직접 수신율(직수율)이 고작 2.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KBS 2TV가 시청 대가를 중복으로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KB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수신료는 KBS 1TV, KBS 2TV, 국제위성방송 KBS World TV, KBS 1라디오, KBS 2라디오, KBS 1FM, KBS 2FM, 그리고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남북 화합과 교류 채널, 11개 언어로 세계에 방송되는 국제방송 KBS World 라디오 등 TV와 라디오채널을 통한 국내외 공영방송 서비스에 쓰여진다”는 공식 입장을 게시하고 있다.
◇학계 “KBS 2TV가 수신료 쓰는 것, 엄밀히 이중납부 소지 있어”
학계에서도 KBS 2TV가 수신료를 가져다쓰는 것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도 “KBS 2TV같은 경우 국민들이 광고를 봐줌으로써 지상파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도 맞고, CPS를 통해서 (콘텐츠 사용료를) 간접적으로 납부하고있는 것도 맞다”며 시청자들로부터 중복해서 대가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익성·공공성을 위해 KBS가 수신료를 받아야 하며 인상에 대한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CPS를 줄인다든지, 광고를 줄이는 등 KBS가 자체적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수신료 인상만 추진한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이같은 상황은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납부에 해당되기도 하지만, 수신료 자체는 공영방송의 발전기금으로 봐야한다”면서도 “(KBS 2TV가 이미 대가를 받는 상황으로 인해) KBS 1TV와 2TV를 분리해야 한다는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KBS 2TV는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KBS 2TV가 수신료를 걷어가서 쓴다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해외 공영방송처럼 KBS 역시 완전히 수신료로 운영되는 구조로 가야하는데, 수신료도 받고 광고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수신료가 제대로 산정되고 활용될 수 있기 위해 KBS 수신료를 지금처럼 KBS 내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외부의 ‘수신료 산정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KBS 수신료에 대해 KBS가 자체적으로 그 수준을 결정하는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모여 산출하는 것이 맞다”며 “얼마를 벌어들이고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적정가액을 찾아낸 뒤 수신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 투명한 수신료 산정·집행 위한 제도에 대해서는 ‘반대’ 드러내
그러나 KBS는 수신료 산정위원회 설치와 투명한 수신료 집행을 위한 회계분리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국회 과방위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공개한 ‘수신료 제도 개선 등 관련 사업자 의견수렴 결과’에 따르면 KBS는 방통위·EBS와 만나 “수신료위원회는 옥상옥이 될 수 있고 KBS 이사회의 기능과 일부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수신료 회계분리에 대해서도 “수신료 사용처를 구별하기 위해 시설·사람별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을 사용한다고 구분할 근거를 마련하기 힘들다”며 “수신료 수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분리가 유의미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