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 끝 1승 따낸 홍남기, ‘4차지원금’ 선별지급 입장 관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20시 02분


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방식을 선별 지급으로 선회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뜻이 관철됐다. 재난지원금 등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여당과 10번 부닥쳐서 9번 물러섰던 홍 부총리가 모처럼 소신을 지킨 셈이다.

15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이르면 이달 중 4차 지원금의 지급 규모와 대상을 선정해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점을 고려해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선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선별 지원과 전 국민 보편 지원을 병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면서 당정간 갈등이 격화했다.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 ‘사퇴론’까지 나왔다. 당정 갈등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4차 지원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하며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이 선별 지급 방침을 밝히며 홍 부총리는 선별 지원의 소신을 모처럼 지키게 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올해 자영업 손실보상제 등 9번에 걸쳐 당과 다른 견해를 냈지만 번번이 물러섰다.

홍 부총리가 10번 만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지만 지원 대상과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당과의 마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민주당이 매출액 기준을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하면 전 국민에 보편 지급됐던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 원) 수준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도 있다.

당정 갈등이 물밑으로 내려가면서 홍 부총리의 사퇴론도 잠잠해졌다. 2018년 12월 부임한 홍 부총리는 4월 1일이 되면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2년 4개월)의 기록을 넘어 역대 최장수 경제수장이 된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제 부총리를 교체할 가능성이 낮아 역대 최장수 부총리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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