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한 살처분 대상을 줄이기로 한 데는 양계업계의 반발과 야생조류를 통한 감염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다. 농가 피해가 누적되면 방역도, 농가 경제도 모두 놓칠 수 있다고 보고 살처분을 최소화하되 위험지역을 집중 소독하고 검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5일 예방적 살처분 대상을 기존 ‘AI 발생농장 3㎞ 내 모든 사육 조류’에서 ‘AI 발생농장 1㎞ 내의 발생종과 같은 종’으로 2주간 좁히기로 했다. 이후 상황을 보며 살처분 축소 조치 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당초 야생조류의 활동 반경인 3㎞를 고려해 살처분 대상을 정했다. 야생조류에 의한 AI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야생조류가 북상하며 국내 서식이 줄면서 이 같은 위험이 낮아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경 3㎞ 모든 조류에 대한 살처분 조치가 지나치다는 양계업계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AI 발생 농가는 95건으로 2016~2017년 AI 확산 당시(342건)의 3분의 1이 안 된다. 하지만 살처분 규모(2808만 마리)는 그 당시(3806만 마리)의 73.7%에 이른다. 이에 축산발전협의회는 이달 초 “피해가 크다”며 살처분 기준을 ‘발생농장 주변 500m 내 조류’로 낮춰줄 것을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했다. 경기도 등 지자체와 동물단체들도 살처분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중수본은 살처분 대상을 축소하되 당장 농가와 지자체가 요청하는 ‘발생농장 500m 내’로 줄이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야생조류가 없더라도 쥐, 고양이 등을 매개체로 AI가 확산될 수 있다. 이들의 활동반경이 1㎞”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소독차량 1100여 대를 동원해 경기, 강원, 충북 북부, 경북 구미 지역 등 야생조류에 의한 AI 감염 위험지역을 집중 소독할 예정이다. 또 AI 감염 개체를 찾아내기 위해 검사 체계를 간이검사에서 정밀검사로 전환한다. 처음부터 정밀검사에 바로 들어가면 ‘간이검사 후 정밀검사’를 하는 방식보다 감염 여부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종계·메추리 등 알을 낳는 가금류에 대한 검사 주기도 월 1회에서 2주 1회로 단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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