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연초부터 애플이 현대차·기아와 협업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으로 업계가 시끄러웠다.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이달 8일 관련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자 시장은 당황했다. 협력사에 가혹할 정도로 비밀 유지를 요구하는 애플 특유의 신비주의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다른 완성차 기업과 협업을 진행할지, 아니면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이 일시적 중단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애플카 협업 이벤트에 국내 완성차 기업을 비롯해 부품사의 주가는 50% 이상씩 올랐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황금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11년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시대의 주가를 뛰어넘은 것이다.
차화정 시대의 주가 상승은 현대차·기아가 해외 공장을 확대하며 판매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었다.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는 신차 출시로 인한 판매량 증가, 원가 절감 또는 고급차 출시에 따른 이익 증가 등이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차화정 시대에 자동차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였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 기업의 PER는 약 13배를 넘어서며 기존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에 ‘메카(M.E.C.A.)’라는 거대한 새 물결이 일고 있다. 공유경제(Mobility), 전기차(Electrification), 커넥티드카(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증기기관 발명 이후 100년에 한 번 오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평범한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공유 플랫폼으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호출해 업무를 보며 회사까지 가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가 차량과 연동되는 시나리오도 떠올릴 수 있다. 메카는 결국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융복합인 셈이다. 많은 자동차 기업이 구글,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 IT·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도 이러한 협업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IT 기업이 자동차 설계 능력을 내재화해 제조까지 하기 어렵고, 자동차 기업이 단기간에 IT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내재화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서 자동차 기업이 더 우위에 있을 것이냐, IT 기업이 더 우위에 있을 것이냐는 향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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