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에 풀린 돈이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시중통화량은 전년에 비해 260조9000억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앞다퉈 뛰어들고 가계에선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빚을 내어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광의통화(M2 ·계절조정계열·평잔)는 지난해 연간 기준 3070조8000억원으로 전년(2809조9000억원) 대비 260조9000억원(9.3%)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M2는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금융자산으로 시중통화량의 대표적 지표로 쓰인다. 현금은 물론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현금화가 빠른 시장형 상품을 포괄한다.
증가율로 놓고 봐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전년 대비 10.3% 오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는 M2가 전년 대비 14.2% 급증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시중 유동성 증가폭이 금융위기 시절과 비견될 정도라는 의미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가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고 기업 역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 자금 확보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들썩이자 가계의 주택자금과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 역시 몰린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 주체별로 보면 지난해 기업의 M2(계절조정계열·평잔)는 전년 대비 110조2000억원, 가계는 107조8000억원을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의 M2 증가율은 지난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각각 7.1%, 8.6%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기업의 M2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나타난 2월 10%대를 나타낸 뒤 3월 11%대, 4월 14%대, 5월 16%대를 돌파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의 M2 증가율은 지난 2월 6%대에서 5월 7%대, 7월 8%대를 넘었다가 9월 이후부터 11월까지 7%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가계가 보유한 M2는 전년 동월 대비 113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19년 전년 동월 대비 84조5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년새 증가폭이 30조원 가깝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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