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에 압구정 아파트값 고공행진…작은 평수도 20억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7일 20시 43분


“조합 설립이 임박해지면서 거래가 성사됐다하면 역대 최고가를 찍고 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매물은 나오는 즉시 팔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 공인중개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에서 올 들어 역대 최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게만 입주권을 주는 규제를 피하려고 단지들이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높아진 데에 따른 것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82㎡는 지난달 16일 역대 최고가인 57억5000만 원에 팔렸다. 불과 1개월 전 가격(43억5000만 원)보다 14억 원 올랐다.

이 단지가 위치한 압구정2구역은 이달 25일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총회를 연다. 조합 설립 전에 집을 사야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보니 웃돈을 주고서라도 서둘러 매수하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조합 설립을 신청하고 이달 강남구청으로부터 인가 여부 통보를 받을 예정인 압구정5구역 일대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한양2차 전용면적 147㎡은 이달 9일 39억5000만 원에 팔리며 기존 최고가(37억9000만 원)를 갈아 치웠다. 한양1차 전용면적 121㎡(35억 원), 49㎡(20억 원)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나왔다.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작은 평수마저 20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 가격에 불을 댕긴 건 정부가 지난해 6·17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거주 의무를 두기로 한 게 결정적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조합을 설립하면 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대책 이후 조합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압구정4구역이 압구정동 6개 정비구역 중 처음으로 이달 10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압구정1, 3구역 등도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총회를 열 예정이다.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는 주민들이 현금청산 리스크가 있는 공공주도 개발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몸값’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조합 설립 이후 입주권 양도가 가능한 매물 위주로 거래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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