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엔진 단 차세대 기술
속도 2배 빨라지고 전력 70% 줄여
자율차-스마트폰 등 활용도 다양
2030년 전세계 417조원 시장 기대
‘제2의 D램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그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만 주로 적용되던 AI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자, AI 메모리 반도체 개발 쾌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AI 엔진을 결합한 신제품 AI 반도체 ‘HBM-PIM’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데이터 기억장치로만 존재했던 메모리가 직접 AI 연산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스템 처리 속도는 2배로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70% 이상 줄일 수 있게 됐다.
AI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등 AI 기술에 필요한 연산을 위해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 제품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음성인식 스피커 등을 통해 생활 속에 AI가 깊숙이 스며들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는 AI 반도체의 필요성도 점차 커졌다.
이번 삼성전자의 HBM-PIM은 기존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AI 반도체 고도화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에도 AI 엔진을 결합함으로써 이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메모리와 CPU 간에 대량의 데이터가 오가면서 병목현상이 나타났다면 이번 제품은 메모리가 자체적인 데이터 처리 기능을 갖추면서 이를 해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AI 반도체, ‘제2의 D램’ 신화 쓸까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뒤를 이어 AI 반도체가 향후 반도체 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외 개발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AI라는 단어가 국내에 처음 널리 알려졌던 2016년 이세돌 9단-알파고 대국 당시 AI는 전용 반도체가 아닌 CPU 1920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를 사용해 AI 연산을 수행했다. 현재는 연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전력 소모는 낮아진 AI 전용 반도체가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 개별 디바이스마다 탑재돼 각 서비스에 필요한 AI 연산을 맡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관련 업계의 경쟁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반도체 업체 외에도 SK텔레콤 등 AI 플랫폼을 갖춘 곳들도 자사 서비스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2310억 달러(약 256조 원)로 추산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3769억 달러(약 417조 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초 정부는 올해 AI 반도체 기술 개발 분야에 지난해보다 약 400억 원을 늘린 1223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비메모리를 막론하고 AI 반도체는 급속도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메모리에서도 AI 반도체 시장을 열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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