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인 A 씨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데도 서울 고급 주택단지에 살면서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13억 원 상당의 수입 슈퍼카를 몰았다. 그는 겉으로 젊고 능력이 있는 부자를 말하는 ‘영 앤드 리치(young & rich)’처럼 보였다. 실상은 달랐다. 탈세로 부를 대물림한 ‘금수저’였다는 게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
정보기술(IT) 회사를 운영하는 2000억 원대 자산가인 A 씨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법인 자금을 빼돌린 뒤 초등학생이었던 A 씨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A 씨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150억 원에 가까운 자산을 쌓았다.
국세청은 이처럼 부모 등으로부터 고액 자산을 편법으로 증여받아 재산을 불린 20, 30대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61명을 세무조사한다고 17일 밝혔다. ‘꼬마빌딩(5층 이하, 시가 10억∼50억 원의 비주거용 부동산)’ 골프장 회원권 등을 사들여 호화 생활을 한 38명, 불법 대부업자 등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23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꼬마빌딩 137억 원, 레지던스 42억 원, 회원권 14억 원 등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몰래 물려준 부모들도 조사를 받는다. 사업가 B 씨는 현금 매출을 친인척 계좌로 받는 수법으로 소득을 숨겼다. 이 돈으로 롯데 시그니엘타워와 부산 엘시티 등 고가의 레지던스와 200억 원대 꼬마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했다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틈탄 민생 침해 탈세자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헬스장이 문을 닫아 집에서 운동하는 이들을 상대로 다이어트 식품을 팔며 현금 매출을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 주식시장 활황을 틈타 ‘주식 고수’인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수십만 원씩 정보이용료를 받아온 이들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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