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주택 18만 채를 지을 수 있는 신규 택지를 올해 6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라고 정부가 17일 밝혔다. 2·4공급대책에서 밝힌 신규 택지 물량 26만3000채 가운데 70% 가까운 물량을 수도권에 배정하는 것이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부동산공급대책 발표 이후 개발사업 예정지에서 취득한 주택을 현금 청산하는 방침에 대해 “헌법상 정당 보상”이라고 말했다. 2·4대책과 관련해 제기되는 위헌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주택 가격 안정에 국토부의 명운을 걸라”고 주문한 뒤 관련 부처들이 시장의 불신을 줄이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인천 등지의 지방자치단체와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택지 물량 26만3000채 중 18만 채는 수도권에서 나온다. 수도권에서 3기 신도시로 공급될 17만 채와 맞먹는 물량이 추가로 나오는 셈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1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마지막 필지를 확정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분기(1∼3월)를 시작으로 2분기(4∼6월)까지 신속히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신규 택지는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6대책과 8·4대책으로 서울의 가용 용지가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택지 확정 시기와 관련해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17일 MBC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규 택지는 빠르면 2월 말이나 3월 초에 1차분을 발표하겠다”며 “규모가 큰 택지는 3기 신도시와 유사하고 중규모인 택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변 장관은 친문(친문재인)계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4.0연구원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 도심 개발사업과 관련해 “역세권, 준공업지역, 유휴부지, 저층 지역을 합하면 (서울에 활용 가능한 땅이) 9000만 평(약 297km²)이 넘는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고밀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 전체 면적이 605km²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면적의 절반가량이 개발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던 경험도 있었던 만큼 이제 긴 시계에서 냉철하게 짚어보고 시장에 참여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2008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값이 11.2%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8·4대책 후속 조치도 서두를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8·4대책에서 나온) 태릉골프장 부지는 올해 하반기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서울조달청 부지는 임시 청사를 먼저 이전한 뒤 부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기간을 단축하겠다”며 “서울 서부면허시험장 대체 부지 확보도 경찰청과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가 발표된 뒤에도 지구 지정, 교통 대책 수립, 지구 계획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분양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물량보다도 공급 시기가 적절해야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며 “공공택지는 사업 추진에 시일이 걸려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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