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55분(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통제실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긴장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연구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전 5시 55분 미국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NASA는 퍼시비어런스가 204일 동안 4억6800만 km를 비행한 끝에 화성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퍼시비어런스는 이날 오전 5시 48분 NASA 통제실에 착륙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하는 7분은 대기권 진입부터 하강, 착륙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기동을 거쳐야 해 ‘공포의 7분’으로 불린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개발에 27억 달러(약 3조 원)가 든 탐사선이 지면에 부딪쳐 망가질 수 있다. 통제실은 숨죽인 채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화성에서 지구까지 신호가 오는 데 11분 20초가 걸리기 때문에 착륙 돌입 신호를 받은 시점은 이미 로버의 착륙 성공 여부가 결정된 뒤다.
영어로 ‘인내’라는 뜻의 퍼시비어런스는 원통 모양의 캡슐에 몸을 접은 채 담겨 화성 대기권에 음속의 16배인 시속 2만 km로 진입했다. 캡슐은 대기권과 마찰로 80초 만에 1300도 이상 올라가는 고온을 막기 위해 앞에 열 보호 방패를 둘렀다. 대기권 진입 4분 후 속도가 시속 1600km까지 줄어든 퍼시비어런스는 지름 21.5m의 거대 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더욱 줄였다. 열 보호 방패가 떨어져 나가고 캡슐 속 퍼시비어런스와 이를 실은 스카이크레인이 드러났다. 캡슐에서 분리된 스카이크레인은 역추진 엔진을 점화해 속도를 시속 2.7km까지 줄였다. 이후 줄을 이용해 로버를 사뿐히 땅 위에 내려놓았다.
퍼시비어런스가 처음 보내온 화성 표면 사진은 드문드문 바위가 보이는 황량한 평지였다. 평평한 장소를 골라 제대로 착륙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사진에는 퍼시비어런스의 그림자도 선명하게 비쳤다. 백악관에서 TV로 착륙 상황을 지켜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과학의 힘과 미국인의 독창성 앞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말했다.
퍼시비어런스는 NASA의 9번째 화성 착륙선이자 5번째 화성 로버다. 길이 3m, 무게 1026kg으로 소형차 크기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게 주 임무다.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장소인 ‘예저로 크레이터’는 35억 년 전 강이 흐르며 삼각주를 만든 것으로 보이는 지형을 갖고 있다.
특히 퍼시비어런스의 특별 임무는 화성 토양 샘플 수집이다. 화성의 흙을 지구로 가져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NASA는 유럽우주국(ESA)과 손잡고 2026년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표본 수거차 탐사선을 보낸다. 2031년이면 화성의 흙이 지구로 올 것으로 보인다. 퍼시비어런스에는 1.8kg의 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이티’도 실렸다. 인지뉴이티는 밀도가 지구 대기의 10분의 1에 불과해 비행이 까다로운 화성 대기에서 첫 동체 비행을 시도한다.
미국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화성 탐사선도 이달 모두 화성 진입에 성공했다. UAE가 쏜 아랍권 최초 화성 탐사선 ‘아말’은 이달 9일, 중국이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는 10일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중국은 5월 착륙선과 로버를 화성 지면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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