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E-GMP 3차 물량 과반 수주
업계 “가격 메리트에 중국 진출 포석”
“의존도 심화땐 리스크 부담” 지적도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3차 배터리 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현대차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 배터리 의존도가 심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3년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 플랫폼 E-GMP 3차 물량의 배터리 공급사로 중국 CATL과 한국 SK이노베이션을 최근 선정했다. CATL은 이번 입찰에 발주된 3개 차종 가운데 2개 차종에 탑재될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은 1개 차종 배터리 물량을 각각 따냈다. 3차 물량 규모는 총 9조 원대로 추정된다.
CATL은 이번 입찰 물량 절반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CATL은 앞서 지난해 16조 원 규모의 2차 입찰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으로 납품 계약을 했다.
현대차가 CATL을 선택한 이유는 기술 및 가격 메리트와 함께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 방식 및 크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CATL 제품은 비슷한 성능의 한국 기업 제품에 비해 20% 안팎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술이 한국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 지원도 받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회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해외 제조사에 비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는 이번 수주 결과에 대해 “예상한 결과이지만 앞으로 중국세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CATL은 이제까지 생산 물량 대부분이 자국 발주 물량이었지만 매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SNE리서치의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중국 시장 제외)에 따르면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4%에서 지난해 6.5%로 늘어났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중국 배터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 점유율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향후 자동차 핵심 부품이 될 배터리의 안정적 확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품질 등 여러 문제가 생겼을 때 국내 업체들보다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배터리 수급처를 다양화하는 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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