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에 ‘블랙스완’이 아닌 ‘그린스완’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블랙스완이 가능성은 낮지만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변수를 말한다면, 그린스완은 기후변화로 인한 경영 환경의 급변을 뜻한다.”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로 열린 ‘2021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에 사례 발표자로 나선 박재덕 SK E&S 재생에너지·리뉴어블스그룹장(부사장)은 “그린스완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기업들에 기회가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에너지 전환 시대 비즈니스 혁신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계, 학계, 재계가 머리를 맞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지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학영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유럽 그린딜과 탄소국경세 도입,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등으로 세계 에너지 전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을 맡은 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자원국가에서 기술국가로의 전환은 에너지 산업 내 변화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패권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이어 기조강연을 맡은 석범준 한국지멘스에너지 대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신에너지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며 사례 발표에 나섰다. SK E&S의 박 부사장은 “수상태양광 사업을 통해 RE100 달성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 거점 데이터센터 활성화 등으로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자는 운동이다.
현대차는 수소 경제 선점을 위해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과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응 방향을 전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총 7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수소 전기차 연간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전순일 현대차 연료전지설계실장은 “지난해 7개국이 수소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수소 시장에 일찍부터 주목한 기업이다. 케미칼 부문의 수소 생산과 첨단소재 부문의 수소 저장 기술, 한화파워시스템의 수소 충전, 한화에너지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 수소 경제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모두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수소 산업이 2040년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 실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차세대 풍력 발전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해상 풍력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원자력, 가스터빈,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도 디지털 솔루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 생중계로 동시 개최됐다. 유튜브로 행사를 지켜본 많은 참석자들은 ‘현대차는 수전해 분야에 진출할 예정인가’, ‘메탄 열분해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 등 다양한 질문을 올려 에너지 전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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