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체 세 곳을 운영하는 윤모 씨(36)는 지난해 전체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도 그해 9월과 올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100만 원씩 탔다. 사업체 세 곳 중 사실상 폐업한 온라인 쇼핑몰의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이 인터넷 쇼핑몰의 연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20만 원에 불과해 사실상 폐업 상태에서 지난해 0원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윤 씨는 “지원 대상이란 연락이 와서 지원금을 받긴 했는데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를 돕는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한 2, 3차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거나 관련성이 모호한 온라인 사업자와 태양광 사업자에게 2133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체가 여럿이거나 직장을 다니며 사업을 병행하는 ‘투잡족(族)’ 중 지원금을 받은 사람도 많았다. 3월에 지급될 4차 재난지원금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차 지원금(버팀목자금)을 받은 온라인·태양광사업자는 각각 13만755명, 9925명이었다. 이들은 일반업종으로 분류돼 100만 원씩 받았다. 총 1406억8000만 원이 지급된 것이다. 지난해 2차 지원금까지 합치면 모두 2132억9000만 원이 지원됐다.
정부가 피해 여부가 불분명한 온라인·태양광사업자 등까지 재난지원금을 준 것은 “피해가 큰 계층에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판매업은 비대면 영업이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태양광 사업의 매출이 줄어든 원인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력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있지만 태양광업계에선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력 판매단가가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직장생활을 병행해 실제로는 소득이 줄지 않은 사람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온라인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배모 씨(36)는 정보기술(IT)회사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투잡족’이지만 2, 3차 지원금을 받았다. 배 씨는 “사실 사업 매출이 감소하지 않은 것 같다. 준다고 하니 일단 받아뒀다”며 “배달로 매출이 크게 늘어난 일부 식당 주인들도 받으니 안 받으면 손해”라고 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 번째 지원에 나서면서도 피해 규모에 맞는 정교한 지원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무경 의원은 “정부의 방역대책에 협조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온라인·태양광 사업자 등 엉뚱한 사람에게 가고 있다”며 “4차 지원금은 진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중심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다음 달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이 3월 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4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은 4차 지원금을 포함한 전체 추경 규모가 20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