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찾은 경기 광명시 광명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대 중개업소는 정부의 광명·시흥 신도시 조성 발표에도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광명사거리역 인근 D공인 대표는 “주민들이 신도시 조성 발표로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각자의 셈법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따져보는 듯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2·4공급대책의 후속으로 경기 광명·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하면서 인근 지역의 주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광명 구도심 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반면 10년 넘게 개발이 지연됐던 시흥 주민들은 개발을 반겼다. 광명·시흥지구와 가까운 서울 금천·구로구 주민들은 서울 변두리에서 서울 서남권의 중심축이 되리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 개발 부진했던 시흥 “환영”, 광명 구도심은 “우려”
신도시 택지로 지정될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정부 발표를 환영했다. 10년 넘게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로 토지 보상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광명·시흥지구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지만, 광명 구도심 등의 주민 반대로 사업에 난항을 겪으며 2015년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인근 L공인 대표는 “주택보다는 공장이나 상업용지 등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해부터 부동산 가격이 오른 만큼 토지 보상 규모도 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반면 광명 구도심 일부 주민들은 신도시 조성 발표를 악재로 여겼다. 총 2만5000채 규모의 광명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7만 채의 신도시 물량이 추가되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올해 5월 광명2구역에서 3300채 규모가 공급된다. 광명 구도심 C공인 관계자는 “분양을 앞둔 뉴타운은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구도심 주민들은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전세 수요는 많겠지만, 매입 수요가 줄 것도 걱정했다.
○ 서울 구로·금천구 “서남권 개발 신호탄”
광명시와 맞닿은 서울 구로·금천구 주민들은 신도시 발표를 ‘서울 서남권역 개발의 신호탄’으로 여기며 반기고 있다. 신도시 입주민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면 구로·금천구도 ‘서울 변두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서울 서남권의 중심축’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9억 원 중후반대였던 구로구 구로동 ‘구로주공1차’ 전용면적 84m²의 호가는 발표 직후 10억 원으로 올랐다. 다만 교통 인프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컸다. 현재 광명과 서울을 잇는 도로는 평일 낮에도 극심한 체증이 발생한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지역별 반응이 엇갈리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조성 사업도 속도를 내면 기업들도 유치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24일 신규 택지 발표를 시작으로 3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4월 추가 신규 택지 등을 발표한다. 5월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모를 진행해 7월 1차 후보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2·4공급대책 발표 당일 매매 계약을 맺거나 건축허가를 받은 주택이 공공주도 개발지역에 포함돼도 현금 청산 아닌 신축 아파트의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등은 이런 내용의 ‘도시정비법’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래 도심에서 이달 4일 이후 거래된 주택에는 입주권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일률적으로 현금청산하는 시점을 하루 늦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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